<소설> 벤처기업 (145)

 『저도 컴퓨터를 배우고 싶지만 너무 어려워서 못하겠어예.』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기회가 있으면 제가 가르쳐 드리지요.』

 『어머, 그래 주시겠어예? 아이, 신나라. 정말이에예?』

 『물론이죠. 두말하면 성을 갈죠.』

 그러나 뒤의 말은 쓸데없는 말이었고, 채신머리없는 어투여서 화가 났다. 어쨌든, 그것으로 끝이었다. 다음에 만나자는 약속도 없었고 어떻게 컴퓨터를 배우겠다는 구체적인 논의도 없었다. 여자는 통장을 나에게 돌려주면서 잘 가라고 했다. 이번에는 또 오시소오예 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다음날 점심 무렵에 또 은행을 찾아갔다. 그것도 그녀의 창구로 가서 오천원을 입금했다. 그 다음날도 찾아가서 오천원을 입금했다. 당시만 해도 내가 어렸던 탓인지 무척 순진했다. 나는 그녀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연거푸 나흘 동안 은행에 들러서 오천원씩을 입금하고 그녀를 만났다. 아무리 생각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정도가 되면 의도적이라는 것을 눈치챌 것이며, 그렇게 되면 나의 속마음이 들여다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다만 나흘째 되던 날 내가 나타나자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이렇게 말했다.

 『일수를 하시듯이 자주 오시네예?』

 어떻게 들으면 비꼬는 어투이기도 했지만 반드시 비꼬는 말은 아니고 그녀 역시 무의식적으로 뱉은 말이었다. 이제 또 오고 싶어도 돈이 없어 올 수 없었다. 그러나 통장에는 2만2500원이 입금돼 있으니 그것을 찾으러 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너무 노골적이어서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연거푸 나흘 동안 외출을 하자 선임하사관 배설상 중사가 나를 불렀다.

 『최 일병, 요새 무슨 일이 있나?』

 『아무 일도 없습니다.』

 『오늘은 밖에 안 나가나?』

 『…….』

 그가 무슨 일로 나를 불렀는지 감을 잡고 나는 긴장을 했다. 아무 말이 없자 그는 나를 흘겨보면서 물었다.

 『연 나흘 동안 점심 때가 되면 외출증을 끊었는데 밖에 나가 애인을 만나 점심 먹고 들어온 거야?』

 『아닙니다. 애인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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