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일간 8주년> 다국적기업 인사문화

 IMF 이후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이들에 대한 관심 또한 한층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기업들의 미래가 불투명한 요즘 외국기업은 「선망의 일터」로까지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이란 수식어가 붙어 접근이 쉽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외국기업의 인사문화를 살펴본다.

<편집자>

 「괴짜가 대접받고 개성이 뚜렷한 인재가 존중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사회」. 국내기업보다는 외국자본 계열의 다국적기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또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장치를 마련해주는 곳도 국내기업보다는 다국적기업이 이에 가깝다.

업의 목적이 이윤추구에 있다고 볼 때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내기업은 주로 정해진 틀에 따라 일을 진행하지만 다국적기업은 합리적인 면을 중시해 보다 유연한 경영을 구사한다.

 이 때문에 다국적기업에서는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인사도 종종 눈에 띈다. 이를테면 경영진과 혈연이나 지연이 전혀 없는 말단직원도 본인의 능력만 인정받으면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직급에 따라 보수나 할 일이 주어진다기보다는 능력에 따라 직급과 보수가 결정되고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스스로 자기계발에 힘쓰거나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바로 다국적기업의 생리라고도 볼 수 있다.

 또 이들 다국적기업은 입맛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과감하게 투자한다. 특히 본사와의 교류를 통해 직원들이 선진기술과 문화를 습득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오스람코리아의 경우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6개월 과정의 교육을 실시하는데 이 기간 중에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것이 독일 본사를 방문해 교육받는 프로그램이다.

 본사의 방침대로 연간 40시간의 기본교육과정을 실시하고 있는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코리아는 매년 일정 인원을 미국 본사나 기술력이 앞서있는 해외 현지법인으로 파견해 연수받을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다국적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국제 교육시스템이다.

 다국적기업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직원이 퇴직해 빈자리가 생기면 그 자리를 원하는 사내 직원들을 우선 채용하는 「사내 부서이동제도」가 일반화되어 있는 점이다. 한국HP나 한국컴팩 등이 실시하고 있는 이 제도는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음과 동시에 직원들의 사기도 진작시켜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조직의 비대화를 미연에 방지하고 시장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소규모의 프로젝트팀(기획팀)을 지속적으로 구성한다. 최고경영진에서 실무진에 이르기까지 거쳐야 하는 결재과정을 생략함으로써 신속한 업무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한편 실무진에 많은 권한과 책임을 실어줘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처럼 직원에 대한 철저한 투자가 선행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개인의 능력이 보수와 직급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다국적기업의 인사문화는 개인의 경쟁력은 물론 기업의 경쟁력으로 연결된다.

 외국계 기업의 인사문화는 능력중심이라는 데 특징이 있다.

 인력선발과 연봉결정, 승진 등 개인에 대한 평가에 능력발휘의 결과인 업무실적을 철저하게 반영하고 있다.

 인력선발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력자 선발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장에 투입해 즉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들이 직접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기보다 수입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현실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접생산이 아닌 판매중심의 사업구조이다보니 단기간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소수정예의 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인력충원 방식은 장기적인 투자를 전제로 인력풀을 형성하는 공채가 아닌 결원시 수시채용 형태로 나타난다.

 본사나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등과의 의사교환이 수시로 이루어지는 까닭에 공통어로서의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어야 함은 기본적인 조건에 속한다.

 그렇다고 토플 몇점, 토익 몇점 이상이라는 식의 획일적 기준이 적용되기보다는 업무관련 대화를 알아듣고 표현할 수 있으면 된다는 게 대부분 기업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력충원의 주요 채널로는 헤드헌터가 활용되고 있으며 사내 직원이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추천해 충원될 경우 해당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기업도 많이 있다.

 요즘엔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자사 홈페이지에 자격조건을 갖춘 인력을 모집하는 공고를 내기도 한다.

 외국계 기업의 판매중심 사업구조는 또 영업 및 마케팅 인력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으로 이어진다.

 우수한 실적을 내는 영업인력에 대해선 기본급 외에 실적급과 커미션 등 각종 인센티브가 제공되며 이로 인해 기업마다 억대의 연봉을 받는 직원들이 제법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개인별 혹은 팀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는 다음 연봉협상에서 그만큼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한 영업맨들의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영업만큼 엄격하지는 않지만 관리 등 다른 분야도 실적이 중시되기는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분기별 목표를 정해 어느 정도 이를 달성했는지를 평가하고 이를 인사평가와 연봉에 반영한다.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경우 승진이나 연봉에서 우대받지만 반대의 경우 심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이처럼 철저한 능력중심의 인사는 연공서열에 따른 인사와 달리 스타 샐러리맨의 꿈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평생일터라는 인식보다는 몸값인상 등을 위한 잦은 이직현상을 야기하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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