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없는 사무실은 정보시대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을 위기에 처한 종이에 첨단기술을 적용시킨 새로운 타입의 전자문서, 「디지털 페이퍼(Digital Paper)」가 제록스사에 의해 개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리콘밸리 팰러앨토의 스탠퍼드대 근처에 위치한 제록스 PARC연구소는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의 개념을 만든 곳이기도 하다. 마우스도 여기서 처음 선보였다. PARC연구소는 디지털 페이퍼도 언젠가 PC 유저들에게 친숙한 전자문서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디지털 페이퍼란 한마디로 디지털 데이터가 인코딩된 종이. 데이터글립스(DataGlyphs)라고도 불리는 이 종이엔 작은 격자 모양의 무늬가 새겨져 있다.
격자엔 0과 1로 조합된 코드가 숨어있고 이 부분을 PC로 스캔하면 해독이 가능해진다.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선언문을 담으려면 우표크기 정도의 디지털 코드면 충분하다. 코드를 변환할 때는 물론 신원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결국 디지털 페이퍼는 50%가 디지털, 나머지 50%는 물리적으로 이루어진 자동인증 도큐먼트(Self Authenticating Documents)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전자문서는 실제로 어떻게 사용될까. 제록스는 종이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이 정보시대에도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회사는 이미 전자문서를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시작했다.
우선 기업고객을 위해 「페이퍼웨어(Paperware)」라고 불리는 미들웨어가 데이터글립스 기반으로 구축되고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 같은 나라는 전통적으로 현금보다 수표가 더 많이 쓰인다. 많은 브라질 은행들이 제록스의 데이터글립스가 인코딩된 수표를 도입하고 있다. 이유는 위조를 막기 위해서다. 수표를 스캔하면 컴퓨터가 데이터글립스 블록에 새겨져 있는 코드를 해독해 진짜 수표인지 알아낸다.
디지털 페이퍼는 시큐리티 카드로도 응용될 수 있다. 출입자격을 갖춘 직원의 얼굴과 데이터글립스가 함께 새겨진 종이카드가 플라스틱 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것. 제록스측은 이같은 종이카드를 도입하는 데 장당 1페니 정도면 가능하기 때문에 원가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록스는 지난해 추계컴덱스쇼에 이미 디지털 페이퍼와 비슷한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참가자들이 제록스 부스에서 데이터글립스로 전자우편 주소를 인코딩해 작은 스티커를 만들어 마음에 드는 팸플릿에 붙이면 제록스의 스캐너가 이 팸플릿을 스캔해 텍스트 정보를 스티커 속의 주소로 보내는 시범을 보였던 것.
미국 농무부는 디지털 페이퍼 기술을 응용해 라디오 주파수를 발신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컴퓨터가 주파수를 감지해 그 정보를 웹의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작은 장치를 만든 것.
「HTTP스테이플(Staple)」이라고 불리는 이 장치는 흥미롭게도 실리콘밸리지역의 길잃은 견공들을 위한 배려다. 강아지의 피부에 붙여놓은 「HTTP스테이플」을 스캔하기만 하면 컴퓨터 화면에 주인의 주소가 표시되도록 설계됐기 때문. 애완동물들이 보이지 않는 디지털 꼬리표를 붙이고 다니는 셈이다.
제록스는 또 디지털 페이퍼를 사무실의 전자문서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중이다. 디지털 페이퍼는 종이라는 물리적인 수단과 0과 1의 디지털 신호가 만나 편리하면서도 실용적인 사무환경을 만들어줄 새로운 솔루션이라고 제록스는 자신하고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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