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반도체업계, 車컨트롤러시장 "군침"

 일본 반도체업계가 자동차 제어용 반도체시장을 주시하며 군침을 흘리고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지금까지 4비트, 16비트급 마이크로컨트롤러가 주류로, 그 단가가 낮아 일본시장의 경우 연간 2천억엔 규모에 불과했다.

 그러나 미국·유럽·일본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연비 개선과 안전성 향상을 위해 고성능 제품의 탑재를 본격 검토하면서 2000년대초 시장규모가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반도체업계는 향후 1, 2년의 사업전략이 이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고 32비트화를 내세우며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동차 엔진제어용 마이크로컨트롤러시장에서 경쟁업체들에 비해 열세를 보였던 NEC는 최근 일본 최대의 반도체업체라는 이점을 살려 이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동차의 핵심장치인 엔진을 제어하는 반도체는 신뢰성과 내구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 때문에 자동차업체들은 지금까지 주력 반도체업체를 결정해 모든 거래를 그 업체에 집중시켜 왔다.

 예를 들면 미국 자동차업계 빅3는 모토롤러, 유럽업체 대부분은 지멘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도시바, 닛산자동차는 히타치제작소와 제휴하고 있는데 이 관계는 오랜 기간 변하지 않고 계속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기오염 등의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상황이 다소 변하기 시작했다. 이는 강화된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32비트 명령어축약형컴퓨팅(RISC) 마이크로프로세서 채택이 불가피하기 때문으로, 이를 계기로 제품사양은 기존 16비트에서 32비트로의 전환기를 맞게 됐다.

 이 세대교체가 자동차업계와 아직 밀접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는 NEC에는 자동차용 반도체분야 진출의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NEC는 주력 32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V850」시리즈의 하나로 자동차용 전략상품을 개발, 올해안에 양산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이미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도 개발팀을 파견해 사업을 본격 전개하고 있는데, NEC측은 『초기 점유율 확보에 주력해 빠른 시일안에 연 2백억엔 규모의 사업으로 정착시킬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 자동차용 반도체시장 3대 업체로 도시바·히타치제작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미쓰비시전기도 이같은 시장상황에 대응해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제어하는 고성능 마이크로프로세서사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그 핵심전략 가운데 하나가 올해부터 본격 전개할 계획인 대용량 플래시메모리를 내장한 32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대용량 메모리를 탑재해 엔진연소 등의 복잡한 제어프로그램을 고속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으로, 미쓰비시전기는 이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조기에 연 1백억엔 규모의 대형제품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 운용체계(OS)분야 선진업체인 미국의 인티그레이티드시스템스(ISI)는 2000년부터 엔진과 트랜스미션뿐만 아니라 서스펜션과 에어백, 카내비게이션시스템에 이르는 다양한 장치에 32비트 마이크로컨트롤러가 탑재돼 전세계적으로 거대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일본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에 대한 NEC의 자체 시장조사에서도 2001년에는 현재의 2배인 4천억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은 지금까지 단가가 수백엔 정도에 불과해 높은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4비트에서 16비트급 마이크로컨트롤러가 대부분을 차지해왔다. 이 때문에 반도체업체들은 이 시장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32비트 전환을 계기로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으로 급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가장 널리 보급된 휘발유자동차는 물론 하이브리드카·전기자동차도 모터제어용으로 고성능 반도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향후 시장전망 또한 매우 밝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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