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11)

 내가 골프 연습장에서 골프 연습을 하면서 한 달이 지난 어느날이었다. 사장은 나를 데리고 필드로 나갔다. 파트너로는 기술실장 허성규와 낯선 여자 한 명이 끼었다. 낯선 여자는 오 여사라고만 불렸는데 최 사장과 허 실장이 대화하는 내용을 들으면 고급 요정의 마담 같았다. 얼굴에 화장을 짙게 하지는 않았으나 윤곽이 화려했고 웬지 화냥기가 돌았다. 그녀는 걸을 때나 말을 할 때 허리를 꼬는 습관이 있었는데 더욱 천박한 인상을 주었다.

 『굿샷. 어머, 머리 얹는 초년생치고 잘 치네요. 지금은 핸디를 접어야겠지만 곧 최 사장님과 허 실장님이 지겠어요.』

 오 여사는 간드러진 웃음을 토하면서 말했다.

 『뭐든지 젊었을 때 배워야 늘어. 나와 허 실장 같이 나이가 들면 잘 늘지 않지.』

 사장의 말에 허 실장이 입을 실쭉했다. 허 실장과 사장의 나이는 열 살 차이가 났고 허 실장은 서른여섯살에 불과했다. 그들은 수년 전부터 골프를 했지만 각 홀마다 한두 개의 오버파를 냈다. 그러다가 최 사장은 롱홀에서 버디 기회를 맞이했다. 3온으로 그린에 올린 공이 홀컵에서 일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서 거의 버디가 확실시 됐던 것이다. 그러자 최 사장은 즐거워하면서 말했다.

 『이봐, 최영준. 이 세상에서 아무리 서툴러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두 가지 있는데 그게 뭔지 아나?』

 『모릅니다, 사장님.』

 『그건 골프와 섹스일세.』

 나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최 사장의 그말을 가끔 회상하고 고소를 금치 못한다. 최 사장은 너무 기분좋아 하다가 버디 기회를 놓쳤다. 퍼팅에 힘을 주어서 공이 구멍을 지나쳤던 것이다.

 『왜 안 들어가는 거지? 위로 붙은 X 같은 구멍이군.』

 최 사장의 음탕한 말에 오 여사가 웃었다. 뒤쪽에 서 있던 캐디들도 듣고 따라 웃었다. 최 사장은 자신의 말이 여자들을 웃길 만큼 재치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덧붙였다.

 『나는 19홀 넣는 것은 자신 있지만 18홀은 자신이 없어.』

 나는 그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나 오 여사와 캐디들은 알아듣고 웃었다. 허 실장조차 무슨 말인지 알고 있는지 키득거렸다. 나중에 알았지만, 골프는 18홀까지만 있으니 19홀은 없는 것이다. 결국 19홀은 캐디 또는 여자의 성기를 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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