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전자산업 40년> 컴퓨터부문.. 중대형컴퓨터

 국내 중대형컴퓨터 분야의 성장과정은 IBM의 국내 진출과 그 맥을 같이한다. 세계 중대형컴퓨터 시장을 주도해온 미국 IBM이 지난 67년 한국내 지사인 한국IBM을 설립하면서 국내 중대형컴퓨터 부문의 역사가 서서히 태동하기 시작했다. 한국IBM은 우선 대형컴퓨터인 메인프레임을 주력제품으로 내세워 국내 주요 관공서와 공공기관, 금융권을 대상으로 공급확대에 적극 나섰다.

 당시 별다른 경쟁자가 없어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던 국내 중대형컴퓨터 시장에서 한국IBM은 거칠 것이 없이 독주했다. 한국IBM은 단숨에 국내 메인프레임 시장을 석권하면서 일약 국내 중대형컴퓨터 시장의 선두업체로 자리를 탄탄히 굳혀나갔다.

 그러나 70년대로 접어들면서 한국유니시스(당시 스페리)와 한국후지쯔가 새롭게 가세하면서 국내 메인프레임 시장 구도는 3파전 양상으로 치닫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IBM과 더불어 세계 메인프레임 시장의 강자인 유니시스가 지난 71년 한국에 진출하면서 한국IBM이 독점해온 국내 메인프레임 시장은 경쟁체제로 바뀌게 된다.

 메인프레임 기종은 당시 고가장비에 따른 수익성이 큰 데다 일단 신규 사이트를 개척하면 지속적으로 자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 수요처를 대상으로 한 메인프레임 업체들 사이에 치열한 로비전이 전개되기도 했다. 이들 선발업체의 뒤를 이어 80년대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청호컴퓨터와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이 후발업체로 가세하고 암달과 히다찌 등의 메인프레임 장비를 적극 공급함에 따라 국내 메인프레임 시장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90년대 들어 메인프레임을 대체하려는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의 다운사이징 바람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유닉스서버 업체들이 전면에 나서 국내 중대형컴퓨터 시장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었다. 한국HP·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한국IBM·한국컴팩컴퓨터(옛 한국디지탈) 등 주요 유닉스서버 업체들이 중대형컴퓨터 시장 전반에 걸쳐 밀려드는 이같은 다운사이징 물결을 타고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 업체는 유닉스서버가 메인프레임에 비해 공간활용은 물론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메인프레임 시장 공략과 더불어 신규 주전산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기업체와 금융기관 전산실을 적극 발굴, 공급을 크게 늘리면서 연평균 1백% 안팎의 고성장세를 유지했다. 또한 한국실리콘그래픽스(SGI), 한국데이타제너럴(DG), 한국NCR 등도 유닉스서버 시장에 적극 참여하면서 국내 유닉스서버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다.

 이같은 유닉스서버 시장의 급신장세와 함께 중형컴퓨터인 국산주전산기 개발 열기도 뜨거웠다. 88년부터 개발이 본격화된 국산주전산기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IMF 한파 이전까지만 해도 지자체·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관수시장의 주전산시스템으로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IMF 사태 이후 삼성전자·현대정보기술·LG전자·대우통신 등 국산 주전산기 업체들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만성적인 적자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해 지난해를 기점으로 주전산기사업을 대폭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국산 주전산기 업체들은 최근 외국계 유력 중대형컴퓨터 업체와 제휴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 중대형컴퓨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HP·IBM·시퀀트 등 외국계 중대형컴퓨터 업체들의 주력 유닉스 기종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국내에 공급하는 형태로 중대형컴퓨터사업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10여년 동안의 짧지 않은 역사를 지닌 국산주전산기 개발사업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내 중대형컴퓨터 분야의 환경이 변화무쌍하게 전개되자 90년대 중반 이후 관련업체들 사이에 생존을 위한 발빠른 변신을 시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국IBM·한국HP·한국컴팩컴퓨터·한국유니시스·한국후지쯔 등 주요 외국계 중대형컴퓨터 업체들은 중대형컴퓨터 분야의 시장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단순 하드웨어 공급업체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유력 소프트웨어 업체와의 제휴나 특화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이른바 토털솔루션 업체로 탈바꿈을 적극 꾀하고 있다.

<김영민기자 ym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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