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전자산업 40년> 부품부문.. 디스플레이

 「1969년 8월」. 이는 LG전자(당시 금성사)가 66년 8월 일본 히타치사의 부품을 수입해 진공관식 19인치 흑백TV 생산에 성공한 지 3년만에 오리온전기가 19·20인치를 주종으로 흑백 브라운관을 본격적으로 양산함으로써 한국 브라운관산업의 역사를 연 시기다.

 형광방전관 및 전기애자를 주로 생산하던 오리온전기는 66년 LG전자가 TV 생산에 나서자 TV의 핵심부품인 브라운관에 관심을 갖고 68년 도시바와 기술제휴, 염창동에 6백평 규모의 공장을 건설해 연간 6만개의 흑백 브라운관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무렵인 68년에 전자사업에 뛰어들기로 한 삼성그룹도 일본 NEC와 합작해 브라운관을 생산키로 확정한다. 삼성그룹은 69년 9월 NEC 및 스미토모상사와 합작계약을 체결하고 삼성전관(당시 삼성NEC사) 설립과 함께 연산 진공관 2천8백80만개, 흑백 브라운관 42만개, 전자계산기용 방전표시관 2백40만개 등 당시로는 엄청난 투자규모를 발표한다.

 삼성은 브라운관 생산시기를 앞당겨 국제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내부방침에 따라 수원전자단지내에 브라운관공장을 건설해 70년 12월에 첫 제품을 생산하는 데 성공한다.

 국내 브라운관업체는 70년대 들어 성장의 발판을 굳게 다지게 된다. 오리온전기와 삼성전관에 이어 LG전자가 브라운관사업에 뛰어듦으로써 현재의 트로이카체제가 구축되면서 세계 제1위의 브라운관 생산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오리온전기는 72년 염창동공장의 포화상태로 어려움을 겪자 정부의 구미전자공단 건설계획에 맞춰 구미공단내에 7천7백평 부지를 확보하고 1차로 연산 24만대의 흑백 브라운관공장을 건설한다.

 LG전자도 73년 브라운관사업의 필요성을 절감해 일본 히타치사와 기술계약을 체결하고 구미공단내에 80억원을 투입, 연건평 4천5백평에 연간 40만개의 생산능력을 갖춘 브라운관공장을 건설한다.

 아울러 「소재부품에서 완제품까지」의 모토를 내건 삼성은 70년말 브라운관용 유리벌브사업 프로젝트를 구성, 73년 미국 코닝글라스웍스사와 접촉해 50대50으로 합작, 삼성코닝을 설립한다. 삼성코닝은 12억5천만원을 투자해 수원단지내에 대지 2만평에 연건평 2천3백평 규모의 공장건물을 짓고 연산 1백20만개에 이르는 설비를 갖춰 76년 4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실제로 삼성코닝이 먼저 유리벌브사업을 착수했으나 유리벌브의 생산은 한국전기초자가 한발 빨랐다. 삼성코닝이 공장 건설공사에 착수한 직후인 74년 국내 최대의 유리생산업체인 한국유리는 일본전기초자 및 미국의 오웬스일리노이스사와 각각 50대25대25의 비율로 합작, 한국전기초자를 설립한다고 발표한다. 삼성에 비해 시작은 늦었으나 한국전기초자는 공장건설을 신속하게 진행, 회사설립 8개월만에 연 72만개 규모의 유리벌브 생산공장을 완공하고 76년 1월말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이처럼 브라운관의 국산화 작업도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컬러TV시대에 대비해 막대한 투자를 준비하고 있던 브라운관업체들은 70년대말 제2차 석유파동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중국시장의 진출로 이 난관을 극복한다.

 오리온전기와 삼성전관·LG전자 등 브라운관 3사는 이미 76년 하반기부터 생산기술을 확보하고 컬러 브라운관공장 건설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 80년 들어 개막된 컬러TV시대에 힘입어 세계 제1위의 브라운관 생산국으로 올라서게 된다.

 월 25만개로 설비증설을 본격 추진하던 삼성전관은 84년 6월 「컬러 브라운관 1천만개 생산체제 건설 기본계획」이라는 중장기 프로젝트를 세우고 88년까지 연 1천만개 생산설비를 구축키로 한다. 이 프로젝트대로 삼성전관은 88년 일본 도시바의 연산 1천만개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브라운관업체로 성장하게 된다. 83년에 대우그룹으로 편입된 오리온전기는 중장기 건설계획인 「ORICOR프로젝트」를 기획, 해마다 증설에 나서 88년 연 2백만개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고 세계 9위의 브라운관 생산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90년대 들어 브라운관업체들은 해외진출을 시도, 세계 각국에 공급기지를 설립하면서 브라운관사업에 뛰어든 지 30년도 되지 않아 브라운관 3사는 세계 10위 안에 드는 세계적인 브라운관 생산업체로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브라운관뿐만 아니라 90년대 들어서 브라운관 이후 디스플레이시장을 겨냥한 국내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진다. TFT LCD 생산에 뛰어든 지 10년도 안돼 삼성전자와 LGLCD는 각각 노트북용 TFT LCD를 기준으로 월평균 24만개와 20만개를 생산함으로써 세계 5위 안에 드는 업체로 성장했다.

 또한 브라운관업체들은 일본 업체들에 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손꼽히는 PDP의 개발에도 나서 55인치를 비롯해 60인치의 제품까지 개발하는 데 성공하고 현재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은 브라운관에서 이룩한 성공을 바탕으로 21세기에서도 세계 디스플레이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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