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러 산업 가운데 세계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앞선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반도체기술이다. 특히 D램 제조와 관련된 공정기술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은 모든 반도체업계가 인정하는 사실. 이같이 뛰어난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은 세계 D램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비율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공정기술 뿐만 아니라 D램과 관련된 기반기술에서도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이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존 폴리시드 웨이퍼의 표면결함(COP)을 획기적으로 없앨 수 있는 새로운 웨이퍼 제조기술을 개발, 세계 최대 웨이퍼 가공업체인 일본의 신에쓰·미쓰비시에 잇따라 기술 라이선스를 해주는 조건으로 총 1천만달러 가량의 로열티를 받았다.
현대전자는 세계 최초로 4GD램 제조의 핵심 재료인 불화아르곤(ArF) 감광제 양산기술 개발에 성공, 세계적인 반도체재료업체인 스위스의 클라리언트사와 기술제공계약을 체결, 상당한 금액의 기본 기술료와 함께 양산시 판매금액의 일부를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
현대전자는 또 최근 세계 2위의 반도체업체인 NEC와의 특허분쟁에서도 일부 승소, NEC의 특허를 조건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는 최근에야 가능해진 일.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부분 선진기술을 수입해온 것이 실상이었다.
국내 최초의 반도체 제품은 자본과 기술력을 모두 외국에 의존했다. 국내 최초의 반도체 회사인 고미산업은 미국 코미(KOMY)사의 자본과 기술을 도입해 지난 66년 트랜시스터를 생산했으며 금성사도 3년 뒤에 미국의 내셔널 세미컨덕터사의 기술을 도입해 진공관 라디오에 사용되던 에폭시 트랜지스터를 생산했다.
그것도 웨이퍼를 가공하지 않고 수입된 웨이퍼에 껍데기를 씌우는 단순조립만 담당했다. 개별소자에 머물렀던 국내 반도체산업이 IC를 선보인 것은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의 IC인 LED 전자손목시계용 IC를 개발한 75년이 처음이다.
80년대 들어 컬러TV시대가 개막됨에 따라 삼성과 LG의 반도체 개발은 이를 기반으로 급격히 발전하게 된다. LG가 컬러TV용 IC 3종을 개발한 데 이어 삼성도 컬러TV용 색신호 IC의 개발에 성공했다.
이렇게 비 메모리 제품을 중심으로 소량생산을 해왔던 국내 반도체산업이 현재와 같은 메모리제품 위주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 것은 83년도였다. 고 이병철 회장의 지시로 메모리사업을 진행한 삼성전자가 마이크론의 기술을 도입해 미국·일본에 이어 64KD램을 개발한 것이다.
또 83년에는 현대그룹이 반도체사업에 참여했으며 LG그룹도 84년 AMD의 기술을 도입해 64KD램을 개발했다.
이후 일본보다 한 두발 뒤쳐져 1MD램·4MD램을 개발해오던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94년 일본보다 앞서 2백56MD램을 개발함으로써 드디어 D램분야에서 세계 최고봉의 위치에 오르게 된다.
지난 97년 기준 D램분야에서 삼성·현대·LG는 각각 1·3·6위에 올랐다. 전체순위에서도 삼성이 7위에 랭크될 정도로 양적 성장을 거듭했다. 이러한 D램 분야의 성공과는 반대로 비 메모리 반도체분야는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현대전자의 경우 비 메모리 반도체의 비중이 1%에 지나지 않는다. 다행히 정부·학계·업계가 3년 동안의 메모리 불황 끝에 비 메모리 산업의 중요성을 새로 인식, 의지를 다지고 있다는 점이 다시 비 메모리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밑거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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