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80년대 초반 미국정부가 한국산 컬러TV에 대해 반덤핑 혐의로 제소하고 잇따라 컬러브라운관(CPT)과 반도체 등 국산 전자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업체들은 앞다퉈 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93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정식 발효되면서 국내 전자업체들은 인건비가 비싸 경쟁력을 갖출 수 없는 미국에서의 직접 생산보다는 NAFTA 가입국이면서도 인건비가 저렴하고 미국시장에 손쉽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멕시코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기 시작했다.
81년 국내 최초의 해외 현지생산공장인 LG전자의 헌츠빌공장도 88년 신설된 멕시코공장(GSMX)로 이전했다.
한편 성전자도 88년 연산 1백80만대 규모의 대규모공장(SAMEX)을 멕시코에 건설했다.
뒤늦게 전자시장에 뛰어든 대우전자도 90년 연산 3백만대의 컬러TV 등 대규모 전자제품생산단지(DELMEX)를 멕시코에 세우면서 「세계경영」을 구현하기 위한 터전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멕시코는 국내 전자업체들이 가장 많은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해외생산거점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멕시코의 현지생산공장들이 미국을 공략하기 위한 우회기지였다면 국내 전자업체들이 90년대 후반 들어서 속속 건립하기 시작한 남미지역의 생산공장들은 현지의 방대한 잠재수요를 잡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브라질에 집중된 국내 전자업체들의 남미지역 진출은 삼성전자가 90년, LG전자가 95년과 96년에 2개, 대우전자가 97년에 현지공장을 세우면서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남미시장은 국내 전자업체들의 경연장으로 바뀌게 됐다.
유럽
국내 전자업체들의 유럽진출 또한 미국과 마찬가지로 당시 유럽공동체(EC)에 속해 있는 국가들이 비EC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에서부터 시작됐다.
여기에 높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 현지인들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해외공장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서 국내 전자업체들의 유럽진출은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82년 가장 먼저 포르투칼에 합작형태로 총 4백69만달러를 투자해 컬러TV공장을 설립했다.
뒤이어 LG전자와 대우전자가 88년에 각각 영국과 프랑스에 TV·전자레인지·VCR 등을 생산할 수 있는 복합생산단지를 건설하면서 유럽으로의 수출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구축했다.
현재 유럽지역에는 삼성전자가 포르투갈·영국·스페인·헝가리 등에 4개, LG전자가 영국과 CIS에 3개의 현지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우전자는 영국·프랑스·스페인·폴란드·우즈베키스탄에 10개의 전자제품 및 부품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특히 대우전자의 프랑스공장은 가장 성공적인 해외투자사례로 꼽히면서 빅딜이 거론되기 시작하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현지생산법인으로는 처음 프랑스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오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시장 또한 99년부터 단일통화인 유로머니를 사용하는 EMU체제로 전환되면서 국내 전자업체들은 무역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EMU에 속하지 않은 국가에서 EMU 회원국가 내로 생산공장을 재배치해야 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국내 전자업체들의 유럽 현지공장의 재배치작업이 새로운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아시아.기타
국내 전자업체들이 무역규제를 피하기 위해 미주와 유럽지역에 진출했던 것과 달리 아시아 및 아프리카지역으로의 진출은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인 진출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세계 최대의 잠재수요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의 경우 국내 전자업체들은 제2의 내수시장으로 규정해 LG전자 10개, 삼성전자 7개, 대우전자 6개 등 국내 전자업체들이 전세계에 가동중인 76개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생산공장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국내 공장과 마찬가지로 중국공장 또한 중국 내수시장은 물론 수출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국내 전자자업체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국내 전자업체들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인도 등 자체적으로 경제단위의 시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 진출해 그동안 미국과 유럽으로 편중됐던 국산 전자제품의 수출지역을 다변화해가고 있다.
최근 국내 전자업체들이 새로운 눈길을 끌고 있는 곳이 중동과 아프리카다.
수출확대를 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온 국내 전자업체들은 아직까지 최대경쟁국가인 일본이 진출하지 않은 아프리카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90년대 들면서 중동과 아프리카로의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LG전자가 이집트, 대우전자가 모로코에 완제품 및 부품제조공장을 세워 이를 거점으로 아직 처녀지로 남아있는 중동과 아프리카지역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해 이 지역이 2000년대 국내 전자산업의 활로를 열어주는 황금어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게 전자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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