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전자산업 40년> 가전부문.. 영상가전

 라디오의 조립생산으로 싹이 트기 시작한 국내 전자산업은 60년 중반들어 흑백TV의 생산으로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이했고 VCR가 추가됨으로써 비로소 꽃을 피울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TV산업은 66년 금성사가 히타치로부터 수입한 부품으로 19인치 진공관식 흑백TV(VD-191)를 생산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67년에는 동남전기와 한국마벨이, 69년에는 삼양전기·대한전선·천우사·삼성산요가 흑백TV 생산 대열에 가담했다.

 흑백TV는 생산 첫해인 66년에 1만5백대이던 것이 다음해에는 3만2천대로, 69년에는 7만여대로 생산량이 급속히 늘어났다.

 흑백TV는 특히 금성사가 69년 11월에 트랜지스터식 모델인 UT-1을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맞아 성장을 거듭, 74년에는 13개사에서 연간 1백만대 넘게 생산하면서 컬러TV를 태동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컬러TV 생산은 74년 아남산업과 일본 내셔널전기가 합작투자해 설립한 한국나쇼날에 의해 시작됐다. 이어 77년에 삼성전자와 금성사가 RCA와 기본특허계약을 체결, 각각 14인치와 19인치 생산에 나섰고 78년에는 대한전선이 역시 RCA의 기술 도입으로 생산에 참여해 4사체제로 재편됐다.

 컬러TV는 77년 생산량이 총 11만대에 불과했으나 국내에서 컬러TV 방송이 개시된 81년에는 2백37만8천대(5억5천2백만달러)로 급속히 늘어났고 이때 이미 생산량이 5백80만대(3억2백만달러)에 이르렀던 흑백TV와 함께 국내 가전산업의 중추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컬러TV는 이후 국내 가전산업의 정점이었던 88년까지 급성장세를 구가, 생산량이 연 1백30만대(17억2천6백만달러)에 이르렀으며 흑백TV도 87년까지 연 8백만대(3억3천6백만달러)로 늘어났다.

 TV 보급이 확산되면서 방송프로그램을 녹화하거나 재생할 수 있는 VCR 수요가 급증, 국내 업계도 VCR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는 79년 순수 자체기술에 의한 기계식 VCR가 탄생하기는 했지만 세계적인 표준화전쟁 와중에 사라져버리고 미국의 RCA, 일본빅터(JVC)와 각각 VCR 특허사용계약을 체결한 이후인 83년부터 본격화했다.

 국내 VCR산업은 83년 첫해에 15만대에서 출발, 다음해에는 36만대로, 그리고 85년에는 1백40만대(5억1천만달러)로 폭증하면서 TV와 함께 가전의 양대 축을 형성하게 됐고 88년에는 9백30만대(17억3천만달러)로 TV에 버금가는 생산량을 자랑하기에 이르렀다.

 88년 37억1천7백만달러에 이르렀던 영상기기 생산액은 당시 가전 총생산액의 40.4%에 달했으며 이같은 추세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97년 영상기기 생산액은 40억5천4백만달러로 가전 총생산액 1백8억3천5백만달러의 37.4%를 차지했다.

 그러나 국내 영상산업은 성장의 밑거름이었던 수출이 해외각국들의 수입규제 강화로 95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부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각종 무역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국내 업체들이 해외 현지공장을 설립하면서부터 영상기기 수출은 급격히 감소세를 보여 95년 36억7천9백만달러에 달했던 수출액이 96년에는 33억6백만달러로, 그리고 97년에는 다시 21억8천5백만달러로 줄어들었다.

 이같은 현상은 영상기기의 경우 해외생산비중이 타 제품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컬러TV의 경우 지난 97년 해외생산 비중이 수량기준으로 44%, VCR는 55%에 이르러 해외공장 생산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반면 이들 해외 현지공장은 아직 가동초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어 업계의 어려움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국내업계는 영상제품의 경우 각종 무역장벽이 상존하고 국내 고임금으로는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현지화를 정착시켜 난관을 정면돌파하는 길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내 가전업계는 최근 해외공장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 한편 저부가제품의 해외이전을 가속화하고 국내생산에 맞는 고부가제품의 발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완전평면TV·프로젝션TV 등 대형 고부가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는 한편 디지털TV·DVD플레이어·디지털 VCR·디지털 캠코더 등에 대한 기술개발 및 양산체제 구축을 가속화하고 생산성이 향상된 해외공장으로 채산성이 낮은 저부가제품을 대폭 이전하고 있다.

 업계의 이같은 노력이 열매를 맺을 경우 국내 영상산업은 또 한번 비상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초기시장이기는 하지만 고선명(HD) 디지털TV분야에서 국내업계가 기선을 제압하고 있고 지난해를 계기로 해외공장들이 대거 흑자로 전환되고 있으며 수출경쟁력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일본의 엔화가 올해들어 강세로 반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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