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작곡가 K씨는 쉽고 편안한 리듬의 동요를 많이 만들었다. 그중 일부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애창되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K씨는 자신의 노래가 어디에서 어떻게 불리고 이용되는지 알 수 없게 됐다. 노래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의 TV광고에 이용된다든지, 피아노용 악보로 인쇄돼 판매된다든지 하는 정도의 모니터링은 쉬웠지만 점차 사회가 복잡해지고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혼자 모니터링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대중가요 작곡가인 L씨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대중가요는 동요보다 생명력이 짧기 때문에 더욱 많은 곡을 작곡해야만 하고 대중들의 반응이 즉각적이고 포괄적이기 때문에 혼자서 노래의 쓰임새를 모니터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특히 컴퓨터와 정보통신의 빠른 발전 앞에서는 거의 속수무책이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저작권 집중관리제도다. 국내에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가 유일한 음악저작권 집중관리단체로 문화관광부에 등록돼 있다.
이 단체가 작곡·작사가 등으로부터 저작권을 위임받아 신탁관리해줌으로써 K·L씨 같은 이들의 창작의욕을 높이고 있다. 복잡한 저작권관리를 대행해줌으로써 저작권자들의 부담을 덜고 경제적인 혜택까지 가져다 주는 것이다.
KOMCA는 지난 64년 3월에 설립돼 국내 음악저작권관리업 산업화의 씨앗이 됐다. 당시 국내의 저작권 인식수준이 크게 낮았던 상황에 비춰볼 때 관련분야의 개척자 역할을 한 것이다.
지난 88년 2월에는 문화공보부(현 문화관광부)로부터 저작권 위탁(신탁)관리업 허가를 취득, 국내 유일의 음악저작권 집중관리단체로 거듭났다. 이후 KOMCA는 음악저작권에 관한 신탁관리와 조사연구 활동을 수행하는 한편 저작권자의 복지향상에 힘써왔다.
KOMCA에는 99년 1월 31일 현재 순수음악 96명, 동요 93명, 국악 39명, 종교음악 48명, 대중가요 2천9백26명, 권리 일반승계자 21명, 권리 양수자 11명, 음악출판사 30개 등 총 3천3백64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이는 국내에서 활동중인 거의 모든 음악저작권자들을 포함하는 수준이다. 또한 미국의 ASCAP과 BMI, 독일의 GEMA 등 세계 15개국 16개 단체와 상호관리계약을 체결해 음악의 공연·방송·복제권에 대한 국제적인 교류를 중개하고 있다.
그러나 KOMCA 역시 빠르게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에 부합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다. 때로는 저작권 사용료 공정분배와 관련된 시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원활한 저작권 보유현황을 확인하는 작업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바야흐로 KOMCA는 제2의 변혁기를 맞이했고 그 변화여부에 저작권자들과 음악이용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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