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PC 컴퓨터시장 새 주류로 자리잡았다

 1천달러 미만의 가격대를 형성하는 저가PC가 개인용컴퓨팅 시장의 새로운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년전만 하더라도 화려한 성능과 면모를 자랑하는 하이엔드 제품들에 비해 왜소한 행색의 이단자로 멸시와 우려속에서 PC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던 저가PC는 이용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이제 하이엔드 제품과 당당히 견줄 수 있는 비중으로 PC시장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당초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라던 업계의 예상을 뒤엎고 가격하락의 가속화와 함께 꾸준히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크게 각광받고 있는 핸드헬드 단말기의 출현도 저가에 인터넷 검색이나 컴퓨터의 기본기능을 이용하려는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이고 보면 저가PC가 이의 탄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시장조사업체인 ZD마켓 인텔리전스에 의하면 지난해 9월 미국의 PC소매시장에서 저가제품이 차지한 비중은 48.5%대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그리고 이 비중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분석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저가PC시장이 급속히 확대됨에 따라 이제 이 시장도 가격대별로 3가지 범주로 나눠진다.

 8백99달러 제품이 저가시장에서도 하이엔드급으로 자리잡았고 6백달러대가 중급으로, 그리고 e머신스가 공급하고 있는 3백99달러 제품이 엄연히 한 범주에 끼게 됐다.

 저가PC의 면모도 2년 동안 몰라보게 달라졌다.

 1천달러 미만 저가PC의 출발은 지난 96년 5월 당시 AST리서치가 486컴퓨터를 내놓았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시장에서 신통찮은 반응을 얻다가 본격적으로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97년 들어 컴팩이 내놓은 9백99달러짜리 홈PC 「프리자리오」가 안타를 날릴 때부터. 당시 이 PC의 사양은 1백33㎒ 사이릭스칩에 2GB HDD, 24MB 메모리가 기본이었다.

 그러나 성능향상과 가격은 반비례법칙이 적용되는 법.

 즉, 제품성능은 더욱 강화되면서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는 결과로 현재 8백99달러짜리 컴팩PC는 3백33㎒ 인텔칩과 96MB 메모리, 8.0GB HDD를 기본으로 갖추게 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프로세서 등 핵심부품의 기술향상과 단가하락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e머신스가 공급에 나선 3백99달러짜리 「e타워300c」도 2년전 컴팩의 9백99달러 제품보다 CPU 성능이 2배 이상 향상된 것이다.

 저가PC가 이처럼 대세를 형성하게 된 것은 역시 인터넷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저가PC 구매자들 대다수가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 구매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 출시되는 저가PC는 너나없이 인터넷 접속을 핵심기능으로 갖추고 있다.

 이처럼 저가PC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는 e머신스와 같은 저가PC 전문업체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삼보컴퓨터와 코리아데이타시스템의 미국 합작사로 처음부터 5백달러 미만 초저가PC를 표방하며 미국시장에 뛰어든 e머신스는 시장진출 3개월만인 12월에 소매시장에서 6.3%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쟁쟁한 업체들을 제치고 애플에 이어 6위에 올랐다. 바로 PC시장의 저가열기가 가져다준 행운이었다.

 물론 인터넷 접속기능을 갖춘 세트톱박스나 PDA와 같은 정보단말기들이 급부상하면서 몇년 후면 저가PC의 영역이 사라질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저가PC야말로 현시점에서 컴퓨터와 인터넷 대중화의 일등공신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구현지기자 hj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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