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루슨트, 데이터 기반 차세대 사업까지 "눈독"

 AT&T와 루슨트테크놀로지스.

 1백여년간 한 회사였던 AT&T와 루슨트는 지난 96년 미국의 수정통신법에 의해 AT&T는 통신서비스만을 전담하는 통신사업자로, 루슨트는 통신장비업체로 새롭게 등장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만 3년이 안된 지금 AT&T와 루슨트는 대규모 인수를 통해 데이터기반의 차세대 사업을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공통점 때문에 다시 한번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AT&T는 지난해 6월 미국내 2위 케이블TV사업자 TCI를 전격 인수, 케이블TV망을 통한 초고속 인터넷사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혀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AT&T는 채 한달이 지나지 않은 7월에 브리티시텔레컴(BT)과 연간 매출액 1백억달러 규모의 국제통신합작사를 설립키로 발표했다.

 AT&T는 지난 12월에 IBM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인수, 전용선 및 인터넷회선을 확보해 전세계적으로 데이터통신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발표하는 등 지난 하반기에만 3개의 대규모 인수 및 사업제휴를 잇따라 발표했다.

 루슨트도 AT&T에 못지 않은 인수경쟁에 나서왔다. 사실 네트워크업계에서 인수·합병은 기술개발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란 점에서 현재 많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네트워크업계 인수·합병을 선도한 대표적인 업체가 바로 루슨트.

 루슨트는 지난 2년간 무려 11개의 네트워크업체를 인수, 네트워크사업 진출에 그 누구보다 강한 의욕을 보여왔다. 루슨트는 지난해 한국의 김종훈 사장이 경영했던 유리시스템스 및 랜넷·매스미디어 등 굵직굵직한 네트워크업체 인수에 적극 나섰으며 특히 올해 들어 네트워크업체 인수 중 최고액인 2백억달러에 제4위의 네트워크업체 어센드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AT&T와 루슨트는 이같은 대규모 인수를 발판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데이터통신사업과 데이터네트워크사업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AT&T의 사업계획은 AT&T가 이달초 발표한 TCI 합병 이후의 사업계획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여기에 따르면 AT&T는 앞으로 전통적인 음성망을 데이터통신망으로 대거 전환해 IP텔레포니,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등 차세대 통신사업에 적극 나설 계획임을 명백히했다.

 특히 AT&T의 향후 사업계획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간 주력사업이었던 장거리전화사업의 올해 매출액을 지난해에 비해 2∼4% 정도 낮게 책정, 장거리통신사업의 비중을 대폭 줄이는 반면 수익성이 높은 무선통신,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등 데이터통신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루슨트는 올해부터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음성전송기술과 최근 잇따라 인수한 네트워크업체의 데이터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음성·데이터통합 네트워크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루슨트는 어센드가 상당한 수준의 원거리통신망(WAN)기술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발판으로 통신사업자 및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를 대상으로 한 WAN 백본장비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루슨트는 어센드의 네트워크 소프트웨어(SW)인 「내비스」와 「IP 내비게이터」 등을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최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은 네트워크 SW업체 노벨과의 협력관계를 강화, 네트워크 SW부문에서도 경쟁력을 배양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루슨트는 리처드 맥긴 회장이 어센드 인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차세대 데이터네트워크사업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듯이 광섬유 네트워크사업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처럼 최근들어 AT&T와 루슨트가 데이터기반 사업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은 양사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97년 10월 전임 로버트 앨런 회장이 경영상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AT&T의 새 사령탑이 된 마이클 암스트롱 회장은 방송·통신 전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AT&T의 사업을 이끌어왔다.

  또한 같은 해 같은 달 헨리 삭트 전회장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루슨트의 회장으로 선임된 리처드 맥긴은 탁월한 경영감각과 함께 통신부문에서의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네트워크시장 진출을 강력히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경영의 최종평가서라고 일컬어지는 주가는 두 사람의 경영실적을 말해주고 있다. 이들이 회장으로 선임된 97년 10월, 주당 1백달러를 밑돌던 AT&T의 주가는 최근 1백80달러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고 같은 기간 주당 40달러 내외였던 루슨트의 주가는 현재 1백10달러대로 치솟았다.

 AT&T와 루슨트의 이같은 성과는 「되는 집안은 된다」는 피상적인 분석으로 파악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인수·합병, 강력한 추진력, 새로운 사업에의 발빠른 진출 등이 하나로 녹아 모인 결과다.

<정혁준기자 hjjo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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