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전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주도형 산업으로 고속성장을 지속해온 국내 가전산업이 90년대 들어 각국의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각종 무역장벽 강화로 그 기능을 크게 잃어가고 있다.
물론 국내 가전업계는 이에 따른 대응책으로 세계 주력시장에서의 제품생산 현지화를 꾸준히 추진해 왔지만 해외시장 역시 가전제품의 보급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전통의 가전개념에다 정보통신 분야의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정보가전 제품이 21세기 차세대 유망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은 국내 가전산업으로서는 제2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디지털TV 방송을 개시함으로써 정보가전에 대한 장밋빛 꿈은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보가전 제품은 디지털 기술의 다양한 응용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나가고 있을 뿐 아니라 기존 가전제품 수요도 대체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가전산업의 명운은 이제 정보가전 분야에 달려 있다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닌 셈이다.
국내 가전업체들이 정보가전 분야를 성공리에 공략한다면 새로운 시장과 기존 가전시장까지 장악해 나가면서 성장을 거듭할 수 있겠지만 이에 실패한다면 지금까지 나름대로 세계 전자산업계에서 차지한 위상을 잃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내로라 하는 세계 유수의 가전업체들은 정보가전 분야의 기술개발 및 상품화에 온힘을 쏟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개최된 동계 가전제품전시회(CES)에서는 각국의 가전업체들이 정보가전 분야에 어떠한 각오로 매달리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온통 정보가전 제품의 경연장으로 관련제품의 상품화도 매우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는 게 전시회를 둘러본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디지털TV 방송이 상용화된 지 두달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고선명 프로젝션TV에서부터 위성방송 수신겸용이나 아날로그방송 수신겸용 제품 등으로 다양한 디지털TV의 상품화가 전개되고 있다.
또한 일본 업체들을 중심으로 차세대 디지털표시장치로 각광받고 있는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플라즈마액정표시장치(PALC)·액정프로젝터를 채용한 디지털TV 등 다양한 정보가전 제품이 선보여 이 분야에서 기술발전속도가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톰슨이 고선명 화질로 재생이 가능한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기술을 선보이는가 하면 VCR의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일본 빅터사는 고선명 디지털VCR를 선보여 정보가전 분야의 선두업체임을 내세웠다.
세계 최고의 가전업체로 평가받아온 소니는 디지털TV는 물론 디지털캠코더와 디지털헤드폰·슈퍼오디오 CD·미니디스크 등 각종 정보가전 제품을 선보였다.
제품전시에서 뿐만 아니라 파나소닉의 「디지털 홈네트워크의 창조」, 톰슨의 「당신이 있는 곳에 디지털」 등 정보가전 마케팅을 외치는 목소리는 정보가전시대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도 LG전자가 디지털TV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하는 등 디지털TV 분야에서는 결코 일본이나 구미 업체들에 뒤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디지털TV를 제외한 DVD나 디지털VCR·디지털캠코더 등 정보가전 전반에 대한 기술력과 상품력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한수 아래인 초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지난해 IMF사태를 겪으면서 가전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데다 최근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맞교환으로 국내 가전업계의 정보가전에 대한 연구개발 분위기도 침체돼 있는 실정이다. 정보가전 분야의 연구개발자들은 오히려 지금까지 적지 않은 연구비를 투입해 개발한 각종 정보가전 분야의 성과물이 이같은 침체된 분위기로 인해 사장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마저 팽배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보가전의 기술발전 속도가 하루가 다르게 급진전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침체된 분위기로 인해 이 분야의 기술개발과 상품화에 소홀히 한다면 국내 가전산업의 위상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은 자명하다. 미래유망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정보가전에 대한 개발 및 투자의욕이 고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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