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민 마이크로소프트(MS) 사장은 공격적인 경영스타일로 정평이 나있다. 그동안 독자적인 용산상가의 불법복제 단속, 한글과컴퓨터에 대한 투자, 과감한 유통전략 등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정책을 도입, 숱한 화제를 뿌려왔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의 경영스타일과 매우 흡사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사장은 그러나 주변의 비판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정책이 한국의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런 정책기조를 계속 밀고나갈 생각이다. 지적재산권이 보호되고 누구나 쉽게 SW를 살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되면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은 자연스레 건강해진다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여기에 기반, 소프트웨어에 부가가치를 얹어 파는 솔루션업체의 발굴을 또 하나의 정책 틀로 삼았다. 소비자시장과 달리 기업용 시장을 공략하는 데는 국내 솔루션업체를 많이 발굴, 육성하는 것이 지름길이며 이는 국내 SW산업 기반을 튼튼히 하는 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대담:조인 컴퓨터산업부장
-지난해는 IMF로 모든 기업이 힘든 한해를 보냈습니다. 반면 올해 경기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신중론이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올해 정보기술(IT)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작년 이맘때보다야 훨씬 나아졌지만 아직도 경제연구소나 시장조사기관이 올해 경기전망을 발표하는 데 망설이고 있고 외국 경제학자 및 기관들의 발표도 일정하지 않습니다.
IT분야에서 전자상거래·지식관리·인터넷의 활용도를 높이는 비즈니스의 활성화 등이 올해 활기를 찾을 수 있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웹 기반의 새로운 기술과 제품들이 대거 선보여 이미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시장을 더욱 활성화할 것입니다. 또한 밀레니엄 버그(Y2k)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해인 만큼 많은 기업 및 기관이 이에 대한 투자를 실시, IT업계의 역할이 그 어느 해보다도 중요하게 느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그동안 구조조정 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자제해왔던 대기업들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투자를 다시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해 사업성과를 평가하고 올해 역점사업을 말해 주십시오.
▲지난해는 국내외 시장이 모두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상반기에는 갑작스런 경영환경 변화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총소유비용(TCO)에 대한 기업고객들의 인식증가와 당사가 심혈을 기울여 시도했던 유통채널 체계화, 다양한 판매루트 개발 및 신제품 호조, 그리고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의식변화 등에 힘입어 하반기에는 다시 성장세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소비자시장을 활성화하는 사업과 함께 부가가치를 늘릴 수 있는 회사를 많이 발굴해 내는 데 역점을 둘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조만간 새로운 협력사 프로그램을 발표할 것입니다. 이는 협력사로 육성하기 위한 모델업체를 선정, 경영 및 기술, 자금지원을 통해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방안 등이 포함될 것입니다.
유통망 확장과 정품사용 운동은 올해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것입니다. 유통망은 지난해 양판점·백화점까지로 SW판매망을 확장하는 등 1천개 이상의 판매점을 확보했으며 앞으로 3천개까지 늘려 인구 1만5천명당 1개의 판매점을 만들 것입니다. 또 유통업체에 대한 교육도 한층 강화, 유통구조를 튼튼하게 할 것입니다. 이 판매망은 MS뿐만 아니라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도 이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에도 큰 도움을 주게 될 것입니다.
-MS는 SW 불법복제 단속에 대해 누구보다 강력한 정책을 추진해 왔는데요.
▲지난해 소프트웨어재산권보호위원회(SPC) 등의 집중적인 불법복제 단속은 소프트웨어업체들의 매출증대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정품사용이 국내 SW산업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반증하는 것입니다.
다만 그동안의 정품사용 운동이 단속 위주의 네거티브 방식에 주력해 왔다면 앞으로는 계몽 중심의 포지티브 방식도 적극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또 불법복제 단속을 통해 얻어진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안도 SPC나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회(BSA)와 협의해 나갈 생각입니다.
-MS는 지난해 윈도98 등 주목받는 신제품을 잇따라 발표했습니다. 올해의 제품출시 계획은.
▲국내에서는 예상만큼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새로운 운용체계(OS)인 윈도98이 출시됐고 응용SW 개발도구인 비주얼스튜디오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인 SQL서버 7.0 등도 지난해 발표돼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특히 SQL서버 7.0은 대용량 데이터처리가 가능하고 온라인분석처리(OLAP)도구를 통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올해는 상반기에 야심작인 오피스 2000이 출시될 예정이며 이중 특히 워드2000은 고어·한자를 모두 표기하고 40개 외국어까지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게 됨으로써 돌풍을 일으킬 것입니다. 또 하반기에는 윈도NT의 차기 버전인 윈도2000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최근 MS가 엔터프라이즈 시장공략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주십시오.
▲이미 많은 사람이 한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굴지의 국내 기업들이 윈도NT 기반의 전산환경을 구축했고 특히 금융권에서 상당한 성과를 일구어 왔습니다.
행정자치부의 메시징 백본으로 익스체인지서버가, 대우중공업과 동양화재·조흥은행에 윈도NT서버가 채택됐고 국민은행·부산은행이 일정 기간 MS 전제품에 대한 라이선싱 계약을 맺는 고객이 되었다는 것은 금융권에서도 훌륭한 벤더로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정받고 있는 증거라 하겠습니다.
-지난해 한글과컴퓨터 투자 무산은 국내 업계의 큰 이슈였습니다. 그 결과를 평가한다면, 또 앞으로 국내 업체들과의 협력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요.
▲지금도 무척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습니다. 당시 파산위기에 처한 한컴을 살려보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습니다. 한컴이 망하면 수많은 「아래아한글」 사용자들이 혼란을 겪게 되고 국내 대표적인 벤처기업인 한컴은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던 것입니다. 비록 뜻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한컴파동은 SW 불법복제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인식시켜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번 사건을 계기로 제품의 우수함이 곧 국민으로부터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길임을 알게 됐고, 이에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삼았습니다. 앞으로도 국내 SW업체들과 협력관계를 계속 유지해 나갈 것입니다. 또 가능성 있는 회사에 대한 투자노력은 어떠한 형태로든 계속해 나갈 방침입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MS의 시장독점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MS 기류에 대해 나름대로의 생각을 말해주시고, 이런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MS 나름대로의 정책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좋은 회사의 좋은 제품이라는 것은 제품의 개발부터 고객의 요구를 어떻게 정확히 파악해 이를 값싸게 제공할 수 있겠느냐 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개발은 곧 이러한 과정을 거칩니다. 어떻게 하면 제품을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느냐, 그리고 그 다음 단계에서는 어떤 기술을 필요로 하게 되는지 앞서 파악하는 힘이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을 가져온 비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독점이라는 일방적 비방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잘 모르는 입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제품은 도태되게 마련입니다. MS는 시장점유율이 높아도 가격을 올리거나 폭리를 취한 적이 없습니다. 빌 게이츠 회장도 지금 시장을 MS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빌려쓰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 상황은 독점이라기보다는 MS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대 관심사는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데 있으며 시장에서의 경쟁력 우위를 위해서는 새로운 분야에서 IT 활용을 모색하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일뿐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은 철저하게 사용자들의 요구에서 출발합니다. 또한 비싸지 않고 사용자들이 편하고 쉽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모든 제품과 기술에 녹아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생각입니다.
-새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세계 IT업계의 리더로서 세계 소프트웨어산업이 어떻게 전개돼 가고 국내 SW산업이 어떻게 대응해 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까.
▲무엇보다도 데스크톱 컴퓨팅 환경은 향후 인터넷 단말기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변모해 가고 있습니다. 앞서 누가 이 기술을 주도하느냐가 관건이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의 발전속도는 나날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국내 SW업체들은 더욱 전문화·특화된 기술을 보유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수십년 동안이나 성공하고 있는 것처럼, 국내 기업들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까지나 잃지 말아야 할 벤처정신이라고 봅니다. 다른 업계와 달리 SW산업의 경우 계속적인 시대적 변화와 고객욕구의 변화흐름을 읽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계속해야 하며, 이를 게을리 하는 순간은 곧 도태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국내 SW산업 발전을 위해 보다 많은 사람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의논해주기를 바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정리=이창호기자 c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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