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폭력성이 짙은 인터넷 웹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인터넷 정보내용 등급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정보내용 등급제는 욕설·음란·폭력 등의 항목을 기준으로 국내의 모든 인터넷 웹사이트에 등급을 매기는 것으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주도로 올해 중반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이 과도한 신체노출과 폭력장면을 담고 있는 웹사이트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인터넷 정보내용 등급제는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음란·폭력 사이트를 원천봉쇄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는 게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 제도의 시행에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할 인터넷접속서비스업체(ISP)와 PC통신업체들을 중심으로 인터넷 정보내용 등급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시행하기 어려운 제도이며 시작한다 하더라도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우선 절차상의 문제다. 사업자들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계획대로 국내의 모든 웹사이트에 등급을 매기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한다. 국내만을 놓고 볼 경우 현재 「.kr」 도메인으로 등록된 웹사이트는 2만개 이상이다. 여기에 「.com」 「.net」 등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일반도메인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그나마 계속 불어나는 추세다.
사업자들은 이와 함께 등급을 매기는 작업에 들어가더라도 비용부담 주체에 대한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도메인을 ISP·PC통신업체·웹호스팅서비스업체들이 관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일이 웹사이트를 검사해야 하는 「등급매기기」에 아무런 지원없이 이들을 동원하는 게 타당성이 있겠느냐는 설명이다.
인터넷 정보내용 등급제가 해외 웹사이트 차단에는 속수무책인 것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현재 전세계에 유통되는 음란사이트는 대략 3백20만개 정도로 추산되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더욱 폐해가 큰 이들 해외 사이트는 그대로 둔 채 국내 사이트만을 규제하는 것은 「집안 도둑은 막으면서 바깥 도둑에는 무방비」인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연출할 것이라는 논리다.
특히 국내 업체들은 『지난해 검찰이 음란정보 단속의 칼날을 휘두른 이후 국내에서 음란사이트는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며 『대부분의 음란사이트 서버들이 단속 이후 거의 모두 국내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해외로 빠져나가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사이트만을 단속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또 음란성이 심각한 뉴스그룹에 대한 규제는 전혀 언급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음란사이트 판정주체와 음란성·폭력성의 기준이 애매모호한 것도 인터넷 정보내용 등급제 시행의 불가성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ISP·PC통신서비스업체 및 웹호스팅서비스업체들이 각 사이트에 등급을 매기게 한다는 현재의 계획대로라면 이들에게 심사권을 줘야 하는데 이것이 가능하겠느냐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또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정한 기준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향후 판정에 대한 불복이 발생할 경우 이를 누가 해결하느냐』며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철저하지 못한 대책을 꼬집었다.
업체들은 결과적으로 기술·비용대비 효과에 대한 분석을 거칠 경우 실익이 없을 것으로 평가되는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국내 인터넷산업이 후퇴하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상황에 대한 충분한 연구 없이 해외에서도 별 성과가 없는 음란사이트 규제방식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인력·비용낭비를 불러올 것이라는 게 이들의 논리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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