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실과 부속 건물이 있는 곳은 집과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곳에는 운전기사를 비롯한 보디가드와 수위가 있지만 집에는 여자들뿐이다. 홍 박사 자신을 비롯해서 세 명의 딸이 모두 여자고 두 명의 가정부도 여자다. 남편 김 회장이라고 해야 어쩌다가 보일 뿐 항상 집에 없다. 여자들뿐이니 홍 박사로서는 몸가짐을 조심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 습관이 그녀로 하여금 스스럼없이 행동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수영장 탈의실에서 문을 닫지 않고 옷을 훌렁 벗을 수도 있고 후원 수돗가에서 물이 묻는 듯해서 치마를 훌렁 걷어올릴 수도 있는 것이다. 마침 그때 내가 있어서 목격했을 뿐이다. 나는 그럴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그러나 그 후에 아주 노골적인 유혹이 들어오고는 그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일요일 오후에 몸을 풀기 위해 수영장에 들어가 있는데 마침 홍 박사의 두 딸이 물로 들어왔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와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였다.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용희는 뚱뚱한 자신의 몸이 창피하다고 해서 수영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내가 보기에는 날씬하지 않을 뿐 그렇게 뚱뚱한 몸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용희는 몸무게에 대해 콤플렉스가 있었다. 두 아이는 수영을 무척 잘했다. 조금 있자 아이들의 어머니가 수영장으로 들어왔다. 내가 입주한 지 한 달이 되도록 그녀와 함께 수영할 기회는 별로 없어서 그것이 세 번째였던 것이다. 그것도 단 둘이 수영을 한 것이 아니고 아이들이 할 때 함께 물속에 들어왔을 뿐이다. 나는 물속에서 고무 튜브를 밀고 당기면서 아이들과 장난을 했다. 홍 박사가 웃으면서 옆으로 와서 같이 어울렸다. 그때 나의 등뒤로 온 홍 박사가 두 다리로 나의 다리를 감았다.
바로 앞에 두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나는 놀래서 그녀를 힐끗 돌아보았다. 그때 그녀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빛나면서 얼굴에는 알 듯 모를 듯한 미소가 감돌았다. 그 웃음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마치, 뭘 그렇게 시침을 떼고 점잔을 빼니. 좋으면 좋은 것이지 하는 듯했다. 그녀의 눈빛은 언젠가 KIST 도서실에서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느끼하고 기름지게 빛나던 그 눈빛이었다. 두 다리는 힘있게 감겼으며 그 매끈한 감촉이 온몸에 짜릿하게 전해 왔다. 그녀의 커다란 유방도 밀착되어서 등에 느껴졌다. 그때 나는 흥분보다도 공포를 느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내가 공포를 느낀 것은 성적인 유희 그 자체보다도 기존 질서를 깨뜨리고 부도덕한 일을 저지르는 데 대한 두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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