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81)

 입주 가정교사로 들어가 재벌집 딸을 가르치기를 한 달이 지나갔다. 그러나 나는 그곳에 오래 있지 못했고 입주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나와 하숙집으로 돌아갔다. 내가 홍 박사의 집을 나온 것은 대우가 시원찮아서가 아니었다. 사실 대우로 말하면 상전으로 떠받들었다. 아직 젊어서 아들보다 나이가 훨씬 어린 나에게 김 회장조차 선생님이라고 불러줬다. 문을 지키는 수위를 비롯해 가정부, 운전기사, 홍 박사의 어린 두 딸은 물론이고 용희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이같은 호칭은 나를 대하는 모든 태도에도 적용이 됐다. 정문 수위는 내가 출입을 할 때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고 운전기사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를 겸해 나를 태워 회사까지 바래다 주었다. 나는 항상 벤츠 승용차를 타고 출근을 했다. 가정부는 사모님의 지시라고 하면서 내가 즐겨 먹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묻고 그것을 준비해 식탁을 풍요롭게 했다.

 그런데 왜 입주 가정교사 일을 그만두고 다시 하숙집으로 옮긴 것일까. 그것은 별로 아름다운 경험이 아니기 때문에 언급하고 싶지 않다.

 어느 날 저녁인가 지하 수영장에서 가벼운 수영을 하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옆방 탈의실 문이 활짝 열려 있고 누군가 옷을 갈아입는 인기척이 들렸다. 탈의실은 남녀가 구분되어 설치된 것이 아니고 샤워실을 겸해서 칸막이가 되어 있을 뿐이었다. 그 칸막이 사이에 문이 있었는데 그것이 활짝 열리면 서로 상대방 쪽이 보였다. 무심결에 그쪽으로 시선이 갔는데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에서 홍 박사가 옷을 훌렁 벗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던 것이다. 수영복을 입은 것이 아니고 막 입으려고 했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알몸을 볼 수 있었다. 옆모습이기는 하지만 그녀의 나신은 아름다웠다. 키가 크고 몸이 풍만했기 때문에 마치 외국 여자 모델을 보는 것 같았다. 유방은 탱탱하게 돌출해서 봉긋했고 허리는 잘록했으며 엉덩이는 왜 그렇게 큰지 한아름이 되었다. 비스듬하게 보이는 음모조차 두툼하면서 무성했다.

 나는 얼른 시선을 돌리고 쥐죽은 듯 가만히 있었다. 내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몰랐는지 아니면 알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가 자신의 알몸을 내가 보았다는 것을 알면 피차 어색할 듯해서 들키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그녀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에 뛰어들었다. 나는 재빨리 그곳을 나와 위층으로 올라왔지만 무슨 도둑질을 한 기분이 들면서 계속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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