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글로벌화 10대 과제> 일류 전문기업 육성

 2000년대에는 일류 전문기업만이 살아 남는다. 그동안 선단식 경영과 문어발식 사업확장으로 국내 경제를 이끌어 왔던 재벌들이 기업 구조조정으로 사실상 해체되고, 오직 전문성을 가진 기업만이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일류 전문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사실은 세계 유수 대기업들이 취하고 있는 변신전략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창업자인 월트 디즈니가 사망한 후 80년대 초반까지 2류기업으로 전락했던 디즈니사가 마이클 아이즈너 회장의 취임 이후 계속 대형 히트작들을 내놓으면서 초일류기업으로 재기한 것도 애니메이션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전문성을 높여갔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인 인텔의 성공배경에도 일류 전문기업만이 살아 남는다는 냉정한 시장논리가 내재되어 있다.

 인텔은 창업 이래 D램을 중심으로 컴퓨터 관련 반도체 분야에서 고성장을 거듭했으나 80년대 들어 일본 업체들의 저가·대량 공세와 85∼86년 불어닥친 반도체 불황으로 D램사업에서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 인텔은 결국 86년 D램사업에서 철수하는 대신, 고부가가치 제품인 마이크로 프로세서 분야에 회사의 전역량을 결집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85∼86년의 매출감소와 적자를 극복하고 매년 30% 이상의 고도성장을 달성, 이제는 반도체분야 세계 제일의 업체로 도약했다.

 소니의 성공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베타방식 VTR의 실패와 엔화상승으로 고비를 맞았던 소니는 더욱 공격적으로 AV사업을 전개했다. 특히 초소형 8㎜ VTR 개발을 계기로 세계적인 일류 전문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이처럼 한 우물을 파면서 전문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업체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제 「일류 전문기업」이란 명제는 글로벌 시장 경제에서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으로 등장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일류기업들이 자신들의 전문분야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상품전략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은 오직 일류 전문기업으로 재탄생하는 길밖에 없다. 그동안 그룹 계열사간 상호보조와 내부거래를 통해 시장과 수요를 창출하던 기존방식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세계 시장에서 결코 최후의 생존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가속화하면서 그동안 안일한 자세로 국내 시장에 안주했던 국내 기업들은 외국업체에 안방까지 내줄 수밖에 없는 위기상황에 몰리고 있다.

 그러나 IMF 위기 상황에서도 우리는 해당분야의 일류 기업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업체들을 기억하고 있다. 영안모자(모자), 대성금속(손톱깎이), 홍진 크라운(오토바이 헬멧), 은성사(낚싯대) 등 중소업체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전문분야를 찾아 집중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일류 전문업체로 성장했다.

 대표적인 벤처기업인 미래산업이 검사장비인 「테스트 핸들러」를 개발, 국내외 업체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이나 삼성중공업이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는 조선업계에서 「드릴 십」이라는 심해유전 개발 전문 선박사업을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모토롤러·노키아 등 외국업체가 장악하고 있던 국내 휴대폰 시장에 「애니콜」이라는 브랜드로 참여, 국내 제일의 브랜드로 성장한데 이어 세계 시장에도 제품을 적극적으로 수출하고 있다. 의료기기 전문 벤처기업인 메디슨은 3D 초음파 진단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이제는 국내 업체들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일류 전문기업으로 거듭 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내에 체질화돼 있는 비능률 요소를 제거하고 연구개발 분야의 역량을 전문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 집중적으로 사업역량을 투입하거나, 니치마켓을 정확하게 파악해 시장을 공략하는 방안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대의 사업환경은 지금과는 매우 다를 것이다. 따라서 미래를 볼 수 있는 혜안을 갖고 있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인식됐던 선단식 경영이나 백화점식 사업방식은 결코 우리에게 미래를 담보해 주지 못한다. 세계 제일의 일류 전문기업만이 국내 시장을 외국업체로부터 지키고 세계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열쇠라는 게 경제 분석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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