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글로벌화 10대 과제> 정보인프라 구축

 독일의 아우토반과 미국의 프리웨이, 그리고 한국 경부고속도로의 공통점은 「길」이라는 데에 있다. 모두 드넓은 고속도로다.

 같은 점은 이것뿐만 아니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 정부 주도로 닦여졌다는 것 또한 의미있는 유사점이다. 아우토반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병력이 이동하는 주도로로 사용됐으며 프리웨이는 미국 동부와 서부의 균형있는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경부고속도로 역시 한반도의 척추로, 국내 경제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시각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모두 20세기 발전의 역사를 이끌어온 주역들인 셈이다.

 디지털과 정보시대로 대표되는 21세기에 역사와 경제를 주도하는 「고속도로」는 무엇이 될까. 모든 사람들은 정보통신망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아날로그시대의 길이 고속도로라면 디지털시대의 길은 바로 정보통신망인 것이다.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정보다. 「정보는 곧 돈」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다. 정보통신망은 정보를 유통시키는 매개체다. 한창 주가를 올리는 인터넷도 정보의 통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시대의 총아가 됐다. 정보통신망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보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경제형태로 급부상되는 전자상거래를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이 정보통신망은 비좁아서는 안된다.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고성능·대규모 망이어야 한다.

 미국을 위시한 세계 각국은 정보통신망, 즉 정보인프라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부분이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일이다. 정보통신망은 어느 한 기업이나 단체가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정보통신망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혜택을 입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보통신망이 체계적이고 통일성 있게 구축되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

 96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계획은 대표적인 예다. 미국 정부는 96년 차세대 인터넷(NGI)을 통한 정보통신망 구축계획을 수립하고 작업에 착수했다.

 유럽 역시 정보통신망을 위시한 정보기반구조(EII)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정보통신기반구조(APII)가 잉태기에 접어들었다. 일본의 신사회간접자본, 싱가포르의 인텔리전트 아일랜드 및 중국의 만리장성 2000 등이 그것이다. 이들 국가는 모두 정부의 역할에 많은 것을 의지하고 있다. 정보통신망 구축의 주도세력이 정부인 셈이다.

 그렇다고 민간부문이 손을 놓아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기업·단체·연구기관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97년부터 미국 대학 연구소들이 중심이 된 인터넷Ⅱ 설립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지역 국가들도 민간부문의 참여를 정보통신망 구축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 주도로 초고속정보통신망 1단계 계획이 97년에 마무리됐으며 98년부터 오는 2002년까지 3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를 더욱 발전시킨다는 2단계 계획이 시작됐다. 민간부문의 참여를 극대화시키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세계화·선진화 노력의 일환이다.

 21세기 세계화·선진화는 정보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여러 나라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바로 정보인프라인 정보통신망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화·선진화의 첨병인 정보통신망이 폐쇄적인 형태여서는 안된다. 힘들여 만들어 놓은 정보통신망을 세계화·선진화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 자원을 인터넷에 집중시켜야 한다. 세계화·선진화는 「개방」을 전제조건으로 하기 때문이다. 개방은 인터넷의 특성이다.

 국내의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이 인터넷 중심으로 추진돼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이 단순하게 국내 정보의 유통을 위해 사용돼서는 효과가 없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인터넷을 통해 세계를 누비며 정보를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21세기의 화두로 등장한 전자상거래를 위해서도 초고속정보통신망의 인터넷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세계화·선진화를 위해 우리가 지금 해야할 일은 인터넷을 정점으로 한 정보인프라를 마련하는 일이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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