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000년대 뜨는 별> 이승근 새암디자인그룹 사장

 「히트상품에는 반드시 스타 디자이너가 있다.」

 무채색 일변도였던 PC케이스가 노란색·붉은색·파란색 등의 형형색색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것은 고정관념을 깨고 생활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고자 하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어느 화장실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로얄토토사의 핸드 드라이어는 유선형 디자인에 깔끔한 마감재로 화장실이라는 불쾌한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위생성과 심미성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이 제품은 전국적으로 1백만대가 넘게 보급돼 9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면서 히트상품이 됐다.

 디자인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한국에서 10년째 새암디자인그룹이라는 디자인 벤처를 운영, 디자인 전문회사 대표로는 1기라 할 수 있는 이승근 사장(37)은 18년이라는 디자이너 경력을 통해 수없이 많은 히트상품을 만들어냈다.

 사람과 이웃하여 불행과 액을 막아주는 전통의 도깨비를 형상화해 갖가지 생활용품에 적용하면서 그야말로 한국적 디자인의 전형을 만들어 냈는가하면 주부들의 가사노동을 덜면서도 다양한 정보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동영미디어의 주방용 AV시스템은 그의 창의성뿐만 아니라 마케팅 감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함께 일하는 8명의 디자이너들이 공동의 작업을 통해 이뤄낸 성과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이 사장은 『새 밀레니엄시대에는 변화의 흐름을 꿰뚫으면서도 재능과 마케팅 감각,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디자이너들이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주체가 될 것』이라며 『스타 디자이너들과 이들을 배출해내는 전문 디자인회사의 육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97년 그가 한국공인산업디자인전문회사협회(KADFA)의 회장직을 맡은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풀뿌리 민주주의처럼 전문회사들을 중심으로 자율성이 보장되는 왕성한 디자인활동이 이뤄져야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디자인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이 사장은 부임 이후 1백10여개의 회원사를 결집하고 협회 차원에서 전시회도 마련하는 등 디자인 전문회사의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토대 만들기에 주력해 왔다.

 앞으로 디자인에 대한 가치평가를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할 수 있도록 디자인에 관한 요금산정기준을 마련하고 산업디자인 기반기술사업 등 국가적인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해 전문회사들의 실력을 키워나가면서 풀뿌리 디자인을 몸소 실천하겠다는 것이 이 사장의 의지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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