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정부 주도아래 원격진료시스템 관련기술 및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원격진료시스템 전문업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원격진료시스템 기술이 가장 앞서있는 미국의 경우만 해도 국방부가 중심이 돼 시스템을 개발하고 NII(National Information Infrastructure) 구축에 나서고 있을 정도다. 현재 20여개 주에서 원격의료 관련 프로젝트가 수행되고 있는데 그 중 오클라호마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50여개의 시골 병원과 대도시 병원을 T1 통신망으로 연결한 원격의료서비스를 지난 9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또 인공위성과 컴퓨터, 그리고 첨단 의료기기를 이용한 원격진료 실험을 위해 전문 산악인과 의사 및 컴퓨터 전문가들로 구성된 13명의 극한 원정대를 에베레스트로 파견해 영하 40도,시간당 풍속 1백20㎞의 극한조건에서 인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지를 실험했다.
이같은 원격진료의 개념은 앞으로 손목시계처럼 감지기를 차고 다니면서 인체의 변화를 기록,이상이 발생할 경우 즉각 치료할 수 있는 치료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것인데 조만간 에베레스트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진료를 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유럽도 EU 지원아래 2000년대 초 실용화를 목표로 「텔레메드(TELEMED)」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유럽 각국의 의료정보 전송과 원격의료서비스 환자의 질병 진단을 위한 원격영상회의 프로그램 등이 포함돼 있는데 독일과 노르웨이는 이미 상용화했다.
일본은 정보 슈퍼하이웨이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정보화 추진 연대본부를 설치, 병원과 가정을 비디오로 연결하는 재택진료시스템과 진료소와 전문병원을 연결해 전산화 단층촬영장치(CT)·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MRI) 등 의료영상을 원거리에서 진단하는 원격방사선 진단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최근 일본 나가노현의 신슈대학병원은 벨로루시에 있는 한 병원 의사들에게 백혈병 환자의 치료정보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원격진료의 범위가 난치병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오랜기간 원격진료시스템 기술 개발에 투자해온 이들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뒤늦게 눈을 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크지 않고 오히려 능가하는 부분도 있다.
원격진료와 관련, 국내에서 가장 앞선 기록은 지난 95년 6월 인천 길병원과 백령도 길병원이 원격진단을 시도한 것이다. 이 병원은 최근 미국 하와이대 원격진료팀과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신경외과 조혜동 교수를 초빙, 원격진료 강연과 원격영상강의 시연회를 개최한 데 이어 수술장면을 중계하는 등 원격진단에 관한 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원격진료센터도 올초부터 영상회의시스템을 통한 이동 원격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크게 영상진료모듈, 개인의무기록, 멀티미디어 건강정보로 구분된다. 영상진료모듈은 환자 가정의 PC와 원격진료센터내 영상진료시스템을 1백28Kbps ISDN으로 연결하고 환자와 전문의가 서로 영상을 보면서 환자의 건강상태를 문진할 수 있는 건강기능을 제공한다. 이 시스템은 상용화를 전제로 개발된 것이어서 국내 원격진료시스템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다.
가톨릭의대 성모병원도 한국통신이 정보화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멀티미디어사업 가운데 의료서비스분야에 참여, 원격영상진료 시범사업을 수행했다. 이 사업은 광케이블을 이용한 초고속 통신망과 멀티미디어정보센터를 통해 가입자들에게 최첨단 멀티미디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여의도 일대 3백90여 가입자를 대상으로 했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병원과 영상 및 의학영상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원격진료시스템과 풀(Full) 의료영상 저장전송시스템(PACS)을 구축한 서울삼성병원, PACS를 구축한 서울중앙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 계열 병원, 분당제생병원 등도 기술적으로는 얼마든지 원격진료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곳들이다.
97년에는 울산길메리병원과 부산중앙병원간 ISDN을 이용한 원격진료시스템 구축에 성공했다.
한편 정부는 국가 정보화를 적극 추진하기 위해 96년 「정보화촉진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정보화촉진 10대 과제」를 선정했는데 그 중 하나가 「정보기술을 활용한 의료서비스의 고도화」다. 2000년까지 전 의료기관의 50%를 초고속 정보통신망으로 연결하는 이러한 계획이 차질없이 시행되면 원격진료시스템 구축은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초창기 원격진료시스템 개발이 정부와 학계·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2000년대는 산업체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다양한 시범사업을 통해 사업화의 가능성을 타진한 업체들이 21세기 유망산업으로 불리는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미 메디페이스·태원정보시스템·메디다스·비트컴퓨터 등 PACS 전문업체 뿐만 아니라 원격진료시스템 전문업체를 표방하는 회사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벤처기업인 델프는 전화로 의사와 면담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심장기능·폐기능·임산부의 상태 등을 원거리에서 측정하고 치료적 지침을 전달할 수 있는 진일보한 원격진료시스템을 개발, 조만간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일부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들도 이 시장 진출을 위한 시장조사와 타당성 검토를 마치고 진출 시기만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원격진료시스템이 컴퓨터·통신 등 공학적 기술의 발달에 의해 의료계가 원하든 원치 않든 21세기에는 보편적인 의료 형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는 데다 국경의 장벽이 없는 가장 세계화된 아이템으로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세계시장도 능히 석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향후 이 분야 전문기업은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효상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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