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월드> 98 정보통신업계 여걸 3인방

 98년 컴퓨터 및 인터넷 업계를 빛낸 여성 경영자는 과연 누구일까.

 얼마 전 타임지는 21세기 사이버 스페이스를 이끌어갈 20인의 지도자를 선정했다. 빌 게이츠 MS 회장을 비롯,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사장, 스티브 케이스 AOL 회장 등 내로라 하는 타이쿤(Tycoon)들이 리스트에 올랐지만 안타깝게도 여성은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처럼 남성들이 지배하는 가상공간에 도전장을 던져 네티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3인의 여걸이 있다. 인터넷 최대의 만물상 이베이(eBay)의 멕 휘트먼 사장(41),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샛별 크로스월즈의 카트리나 가넷 사장(43), 자바의 대명사 마림바의 킴 폴레시 사장(39)이 그 주인공이다.

 카트리나 가넷(Katrina Garnett) 사장은 화려한 외모, 당당한 말투, 거침없는 행동으로 눈길을 끄는 여장부. 크로스월즈의 수장인 가넷은 세계적인 컨설팅그룹 Ernst & Young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올 한해 파상공세를 펼쳤다.

 특히 그녀는 대담한 노출패션으로 포천지에 등장, 인터넷 가십란을 장식하기도 했다. 할리우드 여배우처럼 가슴이 깊게 파인 옷에 번쩍이는 다이아몬드를 몸에 감고 98년 주력상품 유나이티드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United Application Architecture)의 광고모델로 나선 것. 판매에 도움만 된다면 섹스어필한 외모를 십분 활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당찬 여성이다. 크로스월즈를 설립하기 전에는 사이베이스사의 차세대 객체지향 개발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98년 컴퓨터업계에 떠오른 신성은 이베이의 멕 휘트먼(Meg Whitman) 사장. 인터넷 최대의 온라인 트레이딩 커뮤니티를 맡기 전까지 그녀는 무명에 가까웠다. 프린스턴대와 하버드 MBA 출신의 재원이긴 했지만 컴퓨터와는 상관없는 직종에서 경력을 쌓아왔던 것.

 하지만 월트디즈니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 어린이 장난감 플레이스쿨(Playskool)과 미스터 포테이토 헤드(Mr. Potato Head)의 마케팅 책임자, 그리고 북미 최대의 꽃배달 체인 FTD(Florists Transworld Delivery)의 최고경영자를 거치면서 뛰어난 수완을 발휘해 올 3월 이베이 사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AOL 가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CP로 손꼽히는 이베이 사이트는 골동품부터 컴퓨터·장난감·동전·보석에 이르기까지 항목분류만도 1천여종이 넘는 초대형 중고마켓. 휘트먼은 거물급 인사가 된 후에도 와이오밍주의 한 스낵바에서 요리사로 일하며 브라우니(땅콩이 든 초콜릿)와 쿠키를 굽던 시절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배웠다고 털어놓을 만큼 소박한 성격의 소유자다.

 마림바의 킴 폴레시(Kim Polese) 사장은 네티즌들에게 자바의 전도사로 불리는 맹렬여성.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홍보담당자 시절 호감 가는 외모와 재치있는 말솜씨로 「가장 세련된 자바의 대변인」이라는 평판을 들었던 인물이다. 원래 무용가가 꿈이었던 폴레시는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프로에 데뷔하지 못하는 바람에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자바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우연이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 기술지원팀에서 일하다가 마케팅부에 결원이 생기면서 운좋게 자리를 옮긴 뒤 마치 물을 만난 고기처럼 탁월한 재능을 발휘해 일약 실리콘밸리의 유명인사가 됐다. 마림바는 95년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폴레시가 선사 동료들과 함께 벤처사업을 구상했던 카페 이름.

 자바와 넷스케이프를 결합시킨 새미 샤이오, 핫자바 웹브라우저를 작성한 조너선 페인 등 걸출한 엔지니어들을 거느리고 마림바를 대표하게 된 폴레시는 한때 푸시 열풍을 일으켰던 캐스터넷의 후속버전으로 인터넷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 3인의 걸출한 여걸이 내년에는 또 어떤 활약상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이선기기자 sklee@etne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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