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8 전자산업 총결산 (11);영상정보산업

 올해 국내 영상정보산업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주범은 역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따른 내수부진. 그 여파로 인해 프로테이프시장을 비롯, 음반·비디오게임 등 전분야에 걸쳐 판매격감과 사업축소 등 내홍을 겪어야 했다.

<비디오>



 프로테이프는 올해에도 업계의 오랜 관행인 「밀어내기 판매」가 여전했고, 하반기 들어서는 판매량이 급감해 올 시장은 전년대비 15∼20% 정도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연초 업계의 풍향을 가늠할 사건은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의 가격인상이었다. 프로테이프에 대한 가격인상은 5년여 만의 일이었지만 평균 17%라는 인상폭에 대한 비디오 대여점들의 반발은 예상외로 거셌다.

 일부에서는 「불매운동」까지 들먹이며 반발했으나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프로테이프 제작사와 영상·음반 유통업협회간 합의에 의해 간신히 수습됐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비디오 대여점들의 주장이다.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의 「밀어내기」 판매행위는 올들어 한층 기승을 부렸다. 프로테이프제작사협의회는 「제살깎기」라며 회원사들에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작이 아니면 판매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시장 양극화 현상은 올 한해 내내 지속됐다. 중급작의 흥행참패는 비일비재했다.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의 경영난을 심화시켰음은 물론이다. 그나마 수지를 맞춰온 한국영화 비디오마저도 대여판매시장에서 잇따라 참패했다.

 불법 비디오물 유통도 극성을 부렸다. 업계는 올해 불법 비디오 유통물량이 작년보다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기업형 불법 제작업자들의 정비품(정품과 구별이 어려운 불법제품)은 해당 제작사가 아니면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해 제작사들을 전전긍긍하게 했다. 만화비디오시장의 와해는 올 프로테이프시장의 어두운 상황을 대변해주는 대목이며, 대기업들의 잇단 구조조정 움직임도 업계를 움츠리게 했다.

 그러나 정부의 비디오 대여점에 대한 영업시간 완화조치와 문화상품권을 통한 수요 진작책 발표 등은 내년 프로테이프시장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하게 하는 호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

 한국영화업계는 경제한파로 인해 대기업 및 창업투자사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제작비 충당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올해에는 연간 평균 60편(95∼97년)을 유지하던 제작편수가 36편 정도로 급감했다. 작품수 빈곤현상은 영화산업 전반이 위축됐음을 대변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구체적인 영화 지원정책이 실현되지 않은 가운데 일본영화가 개방됐다. 한국 영화시장을 걸고 전세계 모든 국가간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 와중에서도 「8월의 크리스마스」 「조용한 가족」 「찜」 「투캅스 3」 「여고괴담」 「퇴마록」 「세븐틴」 「정사」 「처녀들의 저녁식사」 「키스할까요」 등 적지 않은 한국영화가 흥행에 성공, 수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이를 반영하듯 20%대를 밑돌던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올해에는 30%대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20세기폭스사의 「타이타닉」으로 대변되는 외국영화, 특히 미국영화들의 기세도 등등했다. 「타이타닉」은 서울관객 2백만명 돌파라는 전대미문의 흥행성적을 거뒀다. 이와 함께 「고질라」 「딥 임펙트」 「아마겟돈」 등 할리우드 액션영화들은 전국 영화관의 80∼90%를 점유할 정도였다.



<게임>

 게임시장 역시 다른 오락산업분야와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는 불황의 골에서 허덕여야만 했다. PC 및 업소용 아케이드 게임시장의 침체와는 대조적으로 온라인 게임시장의 대약진, 게임방 폭증은 올 한해 게임산업계에 나타난 대표적인 변화들이다.

 PC게임의 경우 대기업 제작사들의 사업포기, 중견 유통사들의 연쇄부도 등으로 신작출시가 크게 감소하고 총판을 주축으로 한 유통시스템이 거의 마비됐다. 또한 실수요가 줄어든 것만큼 불법복제가 기승을 부렸다. 이에 따라 PC게임시장은 극소수의 대작위주로 판매가 집중되는 양극화현상이 심화됐으며 이는 개발사 및 제작사의 매출 편중으로 직접 반영됐다.

 올해 PC게임 내수시장은 신작 출시가 전년대비 30% 이상 감소하고 시장규모도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업체들의 해외시장 개척노력은 크게 활기를 띠어 그동안 주요 수출대상 지역이었던 대만 등 동남아시아에서 벗어나 PC게임시장의 메카인 미국·유럽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한 뜻깊은 한해였다.

 업소용 아케이드 게임산업계 역시 게임장 이용자가 20∼30% 가량 줄어 전체적으로는 불황을 겪었으나 국내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산 게임의 반입감소로 인해 중저가 국산게임이 입지를 넓히는 호기가 됐다.

 올해 총체적인 게임산업계의 한파 속에서도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게임시장과 「게임방」시장의 급팽창은 PC 및 아케이드 게임시장의 부진을 일거에 만회시켜주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올 한해 온라인 게임시장에는 10여개 이상의 업체가 신규 진출했으며 시장규모는 지난해보다 1백% 증가한 5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음반>

 음반사들은 「신보음반 출시량 감소→판매시장 위축→매출저하」의 악순환으로 큰 시련을 겪었다. 음반업 종사자들의 경기 체감지수는 작년의 40% 수준. 실제 각 음반사의 매출도 예년의 40%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특히 중견 음반기획사들은 대기업들과 달리 자금기반이 취약해 매출감소의 직격탄을 맞았으며 이같은 부진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음악의 한국진출로 인한 영향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우선 「언어」라는 자연스러운 장벽이 가로놓여 있는데다 음악팬들이 아직까지 우리 대중음악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

 방송계 역시 올 한해 IMF 사태 여파로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었다. 지상파 방송3사는 물론 지역민방들의 광고판매율이 전년대비 50% 미만으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 때문에 지상파 방송3사는 올해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역민방은 더 심각한 상태다.

 뉴미디어의 총아로 불리던 케이블TV 역시 부도·방송중단 등 최악의 사태를 겪으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팽배했다.

 특히 케이블TV업계는 중계유선이라는 경쟁매체와 피를 말리는 싸움을 곳곳에서 벌여야 했다. 게다가 한전과 한국통신이 전송망사업을 중단하면서 케이블TV업계는 더욱 궁지에 몰렸다.

 방송계에 몰아닥친 구조조정 바람은 방송사에 엄청난 시련을 안겨 주었다. SBS의 분사, KBS의 구조조정, 지역민방들의 대량 해고사태 등으로 방송계는 1년 내내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이처럼 방송계가 어려움을 겪은 것은 IMF 사태뿐만 아니라 지난 4년간 지루하게 논의만 거듭해왔던 통합방송법 제정이 무산된 것에도 큰 원인이 있다. 특히 위성방송·케이블TV 등 뉴미디어업계는 통합방송법의 제정 지연으로 사업준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

<영상정보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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