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조직개편 의미

 LG전자의 이번 조직개편은 한마디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총력체제의 구축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이번 조직개편의 주요 내용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작은 본사를 구현하고 사업운영의 스피드를 높이며 비핵심부분을 과감히 떨쳐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본사 구현과 스피드 경영을 위해서는 본사 스태프가 갖고 있던 전략기획기능을 사업본부로 과감히 이양함으로써 의사결정권을 단일화시켰다.

 특히 해외사업장을 관리하던 지역본부를 중국지역만 제외하고는 모두 해체하고 해외지역본부 산하의 각 판매 및 지사를 사업본부에 이관토록 했다.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해외지역본부제도의 폐지는 그동안 해외사업이 사업본부와 별도로 운영돼온 데서 빚어진 해외사업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는 물론 해외사업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갖게 된 사업본부장은 권한에 걸맞은 책임도 부과돼 사업장별로 채산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사업본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지역본부 중 유일하게 남게 된 중국지역본부는 산하에 10개의 생산법인을 갖고 있는 데다 이미 LG전자 스스로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규정한 만큼 앞으로 전략적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해 나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 LG전자는 중국지역본부를 중국지주회사로 개칭하고 중국의 법인들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제품생산 및 판매전략을 수립,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조직슬림화를 위해서는 본사 총무부문과 금형 및 주물사업 등을 종업원지주회사로 분사한 데 이어 내년 1월에는 고객서비스와 한국물류부문도 분사해 전체 인원의 10%에 달하는 2천5백여명을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LG전자는 이처럼 조직의 슬림화를 추진하면서도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매와 수출부문에 대해서는 오히려 역량을 집중시켰다. 채산성 확보의 관건인 구매부문의 경우 사업부별로 독자적으로 추진해오던 구매업무를 사업본부로 통합해 대량구매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거두는 한편 외주업체에 대한 효율적인 지원도 가능토록 했다. 또 수출확대를 위해 해외영업조직을 임원급으로 격상해 수출영업력과 현지마케팅을 대폭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그동안 분사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던 한국영업은 기존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신유통체제 대응력을 강화하고 조직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를 위해 특판영업담당을 신유통영업담당으로 개칭하고 대형 유통영업력을 보강해 시장개방 및 외산제품에 대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한다는 것.

 그러나 이번 조직개편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은 구자홍 사장의 부회장 승진과 정병철 부사장의 대표이사 사장으로의 승진에 따른 경영체제의 변화.

 일단 이번 조직개편에 따른 보직내용을 살펴보면 LG전자는 구 부회장을 정점으로 정 사장이 관리총괄, 백우현 부사장이 기술개발부문, 전 일본지역본부장인 김종수 전무가 인재개발부문 등을 맡는 3두체제로 운영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따라서 LG전자는 사장단 인사와 상관없이 기존과 마찬가지로 구 부회장 중심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조직개편에 따른 LG전자 주요 임원들의 보직은 다음과 같다.

 △대표이사 겸 관리총괄 사장 정병철 △CTO 부사장 백우현 △HR(Human Resources) 부문장 전무 김종수 △디스플레이사업본부장 사장 구승평 △홈 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장 부사장 김쌍수 △멀티미디어사업본부장 전무 김종은 △한국영업본부 전무 임세경 △중국지주회사 사장 노용악 △상근감사 상무보 박홍진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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