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사랑은 정보를 타고 온다.」
최근 등장한 이동전화 광고문구다. 정보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는 요즘 세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업무와 생활을 넘어 사랑에 이르기까지 정보가 중요한 매개역할을 하기에 이르렀다. 정보의 가치가 점점 세력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산업은 국가산업의 근간이다. 국가 전체의 신경망으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미래산업으로 촉망받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음성통신사업자가 주축이 된 통신시대를 이미 「과거」로 규정하고 있다. 물론 앞선 예측이다. 아직까진 전화사용자가 데이터통신 이용자를 훨씬 넘어서 주류를 형성하고 있지만 조만간 역전될 것이라는 확실한 가정을 두고 한 말이다. 데이터통신의 성장이 기하급수적인 반면 음성통신은 산술적인 성장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데이터음성 통합이라는 새로운 통신세계는 음성통신사업자들에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음성통신사업자의 변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데이터음성 통합의 기술은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가능한 기술이다. 단지 지금 상용화하지 못하는 것은 기득권 세력인 음성통신사업자들의 이해관계와 부수적으로 따라야 할 과금 등 운영시스템의 미비 때문이다.
지난 23일 데이콤과 시스코시스템스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한국통신에 이어 국내 2위의 유선통신사업자인 데이콤이 네트워크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와 제휴를 맺은 것은 예의 주시할 대목이다. 본격적인 데이터통신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사건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또 무한경쟁에 접어든 통신시장에 국적은 더 이상 「동침」의 장애조건이 될 수 없다는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시스코시스템스는 이미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 칩 전문사인 인텔과 제휴를 맺었다. 이른바 윈도·인텔·시스코시스템스를 합친 「윈텔코(WINTELCO)」로 세계 통신시장 장악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칩·네트워크 전문회사가 모여 전세계 통신시장 장악을 꿈꿀 때 국내 네트워크산업은 안방도 지키지 못했다. 기술에서는 물론이고 인력, 그리고 자본에서도 뒤졌기 때문이다. 「통신주권」을 아무리 외쳐대도 기술개발은 항상 뒤처져 있었다. 정보통신으로 미국은 또 한번 세계지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국내 네트워크업체들은 네트워크연구조합을 앞세워 국산 네트워크 장비 개발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정부에 기술개발 지원을 호소하고 학계와 연구기관의 협조를 당부하는 건의서를 준비하고 있다. 보다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지원을 통해 국내 정보통신산업을 성장발전시키자는 취지다. 칩의 국산화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장비의 국산화를 통해 안방시장을 지키겠다는 의미도 담겨져 있다.
반면 업계 전체의 실익과 연관되어 있어 「아전인수」로 해석될 수도 있다. 매출고에 허덕이는 업체들이 정부지원을 바라는 아우성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모두가 데이터통신의 도래를 당면과제로 받아들인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정부의 네트워크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은 없다. 네트워크 사용자들은 외산장비 선호경향이 짙다. 대기업의 기술개발도 지지부진하다. 벤처기업들은 「풀라인업」이라는 미명 아래 「연합작전」보다 「각개전투」에 전념하고 있다. 저가장비 등 틈새시장은 대만에 점령당하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의 기술개발은 상용화와 거리가 멀다.
종합적으로 우리의 데이터통신 국가경쟁력은 취약하기 그지 없다. 「정보대국」과 「통신주권」은 이 모든 것이 융합돼 국가경쟁력을 갖추었을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외국 의존도가 높은 정보통신산업에서 「정보대국」 운운하는 것은 모순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핵심 기반기술을 갖춘 기업들이 존재하는 굴절되지 않은 올바른 「정보대국」을 기대해본다.
<이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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