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초 등장한 데이터통신은 짧은 통신역사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컴퓨터통신이라는 통신의 새 장르는 국가간·대륙간 벽을 허물고 통신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데이터통신은 이제 문자나 그래픽을 넘어 음성통합이라는 새로운 이슈로 치닫고 있다. 음성통신이 지배하던 통신세계에 데이터통신이 과감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데이터통신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는 골리앗의 음성통신이 지배하는 시대이지만 다가오는 21세기 통신주권은 다윗인 데이터통신이 장악한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2000년대 정보통신을 주도할 데이터통신의 국내 현황과 발전방향 및 과제에 대해 6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
프롤로그
인터넷의 발명은 뜻밖의 결과를 낳았다. 미 국방부가 정보입수를 위해 개발한 인터넷이 민간에 보급되면서 정보통신의 흐름이 바뀌었다. 그동안 전화와 텔렉스, 팩스 등으로 이루어졌던 정보통신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통신혁명을 맞으면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 상무부에서 관련 연구기관인 포레스터 리서치·어드밴스 매뉴팩처링 리서치·액티브 미디어 등의 조사를 곁들여 발간한 보고서 「떠오르는 디지털 경제」는 다가올 데이터통신시대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데이터통신의 대명사인 인터넷의 폭발적인 확산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5천만명의 사용자에게 보급되는 미디어별 소요기간을 보면 라디오 38년, PC 16년, TV 13년인 반면 인터넷은 불과 4년이 걸렸다. 96년말 4천만명이었던 인터넷 이용자가 불과 1년 만인 지난해 1억명으로 급증했고 2000년에는 5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어떤 매체보다 확산속도가 빠른 인터넷이 이제 통신의 대명사로 군림할 날이 머지 않았음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여기에 전자상거래(EC)의 등장은 데이터통신시대의 도래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미국에서 전자상거래로 거래된 금액만 1백70억달러. 오는 2002년에는 20배 증가한 3천4백9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하는 액수다. 뿐만 아니다. 전자상거래가 가져다주는 부가가치는 실제 거래금액의 몇배가 된다. 네트워크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는 지난해 웹사이트를 통해 40억달러를 수주했다. 이는 물류·마케팅·기술지원 등의 통상 거래보다 3억6천3백만달러를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사는 부품 1억달러 상당을 수주했으며 GE는 3년간 전자상거래 구매를 통해 5억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누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데이터통신의 기반은 네트워크다. 최근 세계 네트워크업계의 기류는 음성통신업체들이 네트워크업체들의 인수로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통신의 부가가치를 주도할 수 있는 부문이 바로 데이터통신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데이터통신에 음성기술이 통합되는 추세로 음성과 데이터의 영역구분이 모호해지는 것도 인수의 기류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데이터에 음성이 통합되는 것은 통신의 기득권을 누려온 기존 음성통신업체들에 강력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을 통한 음성서비스는 기존 통신가격의 10%도 안되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트워크업체들의 도전은 음성통신업체들에 위협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현재로선 덩치가 큰 이들 업체가 거액을 들여 인수라는 응전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하게 된 것이다.
통신 전문가들과 정보기술(IT) 리서치업체들은 앞으로 5년 뒤에 통신의 대역전을 예고하고 있다. 정보통신의 주류는 데이터통신이 될 것이고 음성은 부가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음성서비스는 말 그대로 「free of charge(무료)」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보통신의 역사가 바뀌고 있음을 모두가 인식하는 것이 시급하다. 모든 기술이 변곡점을 지나 흥과 망으로 치닫는 것을 볼 때 우리의 정보통신사업은 지금 변곡점에 서 있다.
<이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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