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인식산업협회(AIM코리아·회장 임송암)가 유명무실한 단체로 전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코드시스템 관련업체가 중심이 돼 설립한 이 협회의 회원사는 22개사. 지난 93년에는 사단법인으로 정식 등록했다. 그러나 올들어 단 한 차례의 위원회도 소집하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라 외부 사무실을 폐쇄하고 사무국장도 내보냈다.

 물론 회부 납부실적도 저조하다. 회장과 부회장사(5개 업체)는 80만원, 일반회원사는 40만원인 연회비를 납부한 업체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IMF 여파로 부회장사인 ID코리아와 한국바코드시스템은 물론 에스피하이테크 등 상당수 업체가 쓰러졌다.

 이처럼 경기가 침체되자 협회는 전시회 및 세미나를 개최하지 못했다. 또 지난 9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규모 자동인식기기 전시회인 「스캔텍(SCANTECH) 98」과 「AIM 인터내셔널」 회의에도 참가하지 못했으며 결국 AIM코리아가 AIM 인터내셔널협회 회원국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협회의 올 사업계획도 지지부진하다. 당초 정부의 자본재 국산화 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각 회원사들의 기술개발을 독려, 공장자동화·물류자동화용 자동인식장비의 수입대체에 발벗고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아직 공동으로 기술개발을 논하고 실행한 일이 거의 없다.

 지난 93년 2대회장으로 선임된 임송암 회장(현암바씨스 사장)은 이에 대해 『회원사들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당분간 활동을 줄이기로 했으며 임원사들도 이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경영난을 타개하고 과당경쟁을 막아 시장질서를 회복시켜야 하는 AIM코리아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심각할 정도로 외산에 의존하고 있는 바코드시스템의 국산화 및 기술확보에 앞장서야 할 자동인식산업협회가 아무런 활동도 없이 허송세월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인식산업협회가 이렇게 부실하게 운영되다 강제 해산 조치를 받지나 않을지 우려된다』며 『임시총회를 소집, 협회를 활성화시키고 조합의 결속력을 단단하게 다질 수 있는 새 지도부를 선임해 이른 시일안에 정상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협회업무에 불성실한 회원사를 과감히 정리, 땅에 떨어진 협회의 위상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온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