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SW)산업을 이끌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업계의 기대 속에 지난달 31일 정식 출범했다.
한국소프트웨어지원센터·한국멀티미디어컨텐트진흥센터·한국컴퓨터프로그램보호회 등 국내 SW관련 3개 기관이 통합된 소프트웨어진흥원의 탄생은 SW산업이 국가 핵심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중심축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따라서 이번에 출범한 소프트웨어진흥원은 「국내 SW산업의 진운을 열어야 한다」는 당위적인 명제를 해결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우리 SW업계가 안고 있는 실상을 명확히 파악해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업계를 지원하는 일에 일로매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IMF체제 이후 국내 SW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 출범하는 소프트웨어진흥원이 실질적으로 SW산업 진흥에 큰 역할을 해주기를 SW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은 SW분야의 정책지원기능을 살리고 SW정보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기존에 해오던 산업육성을 더욱 활성화하는 쪽으로 업무가닥을 잡은 모양이다.
우선 업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 정책에 반영하는 정책기능을 살리고 이를 위해 아웃소싱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SW산업 지원방식은 창업지원에서 총체적 지원으로 전환하고 특히 마케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개발지원과 마케팅지원, 정보지원 및 정책지원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원스톱 솔루션 지원체제를 갖춘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진흥원이 출범하자마자 「소프트엑스포」 준비 부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정부가 국내 SW산업을 견인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이벤트성으로 기획해 개최하고 있는 「소프트엑스포」사업은 기획취지와는 달리 자칫 업계를 지원하기보다는 괴롭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 득보다 실이 더 많아 보인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이 이관받은 「소프트엑스포」사업은 업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개발의욕을 높여주는 쪽으로 재점검해야 할 것 같다.
국내 SW산업은 그동안 하드웨어(HW)적인 발상으로 정책을 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같은 국내 SW산업 환경을 그야말로 창의성이 살아날 수 있는 SW적인 환경으로 바꾸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는 한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은 SW업계 전반에 깔려 있는 이같은 시각을 재음미해 풍토개선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이 나아갈 방향과 목표를 정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현재 SW산업 정책의 허와 실을 제대로 파악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지원책을 개발한다 해도 업계를 진흥하는 자양분으로서 효과가 없을 것이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이 정부의 정책대안 기구로, 국내 SW산업의 종합지원 창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눈치를 보는 절름발이 위상에서 헤어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정부도 소프트웨어진흥원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SW산업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가능한 한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은 마지막으로 정품사용환경을 조성하는 데 특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좋은 SW, 우수한 제품 발굴에 힘쓰고 정부가 앞장서 제값을 주고 사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죽은 시장도 활성화할 수 있는 것이다. SW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요인은 시장메커니즘을 통한 자금조달이 안된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만 서면 창업과 투자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이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다. 부족한 전문인력의 양성, 취약한 기술수준의 향상, 잘못된 제도나 관행의 타파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HW적인 발상으로 일관한 SW시스템을 제대로 교정하는 것이 급선무다.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이 명실상부한 SW산업 진흥의 산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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