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막오른 디지털TV시대 (1)

 지난 1일 미국 10대 도시 20여개 방송국이 일제히 디지털TV 방송전파를 발사했다. 드디어 디지털TV 시대가 열린 것이다. 세계 최대 TV시장인 미국에서 디지털TV 방송의 개막은 전세계 전자산업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전자산업의 판도변화는 물론 정보통신, 방송, 생활상까지 일대 변혁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디지털TV 방송이 국내외 전자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시리즈로 점검해본다.

<편집자>

 미 동부시간으로 10월 29일 오후 1시.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발사되는 장면이 디지털TV 방송으로 미국 10대 도시에 일제히 전파됐다.

 지금으로부터 29년 전인 69년 7월 21일. 우주왕복선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 닐 암스트롱이 역사적인 첫발을 내딛는 순간을 생생히 전하는 화면을 담은 TV전파가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이 두 사건은 29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두고 일어났지만 묘하게도 국내 TV산업에 새 지평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 69년 7월 21일에는 오리온전기 직원들이 천신만고 끝에 국산화한 19인치 브라운관을 채택, 아직 판매에 들어가지도 않은 국산 1호 흑백TV로 인류 최초의 달착륙 장면을 감개무량하게 지켜보았다.

 아폴로 발사를 계기로 TV의 가능성을 확인한 국내업계는 금성사(현 LG전자)가 샛별TV를 처음 생산한 이후 삼성전자·아남산업(현 아남전자)·한국전자·대한전선(대우전자에 인수) 등이 줄줄이 참여했고 이로 인해 국내 TV산업은 급속한 성장을 이룩했다. 지난 78년 삼성전자가 컬러TV를 처음 선보이면서 세계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국내 TV업계는 세계시장에 진출,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29년이 지난 98년 10월 29일에는 수많은 미국인들이 전 우주비행사 존 글렌 상원의원이 노화연구를 위해 디스커버리호에 오르는 모습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만든 고선명(HD) 디지털TV를 통해 시청했다.

 이날은 특히 국내 전자산업 사상 처음으로 내로라하는 일본업체들과 디지털TV를 동시에 선보였다는 점에서 29년 전과는 또다른 의미를 지녔다. 국내 TV분야는 세계 최대의 생산량을 자랑하며 일본과 어깨를 겨룰 만큼 성장했지만 선발 일본업체들의 명성에 눌려 항상 2류 브랜드의 이미지를 떨쳐버리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디지털TV 방송 개막행사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디지털TV에 관한 한 삼성과 LG는 기술에서나 품질에서 일본 제품을 능가한다는 자신감에 차있다. 실제로 삼성과 LG는 디지털방식 HDTV 핵심칩세트와 TV세트를 일본업체들보다 먼저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더욱이 LG전자는 핵심칩세트를 일본업체들에 공급하고 있으며 제니스사 인수를 통해 디지털TV 전송규격인 8VSB방식 특허권과 강력한 브랜드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디지털TV 시대 개막은 국내업체들에 막강한 일산 브랜드 장벽을 뚫고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일류 브랜드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제품생산 분야에서 이미 일본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업계가 브랜드에서 일본업계에 뒤지지만 않는다면 세계 TV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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