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향후 경제발전은 첨단 과학기술의 상업화 촉진으로 인해 시장점유보다는 기회의 점유가 중요하게 평가될 것』이라고 말하며 『경제난으로 인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민간부문의 연구개발 투자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부문의 투자를 확대하고 연구개발 관련 조세지원 및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하 회장은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 대강당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전무식)이 주최한 제18회 한림 원탁토론회에 참석, 「경제발전 원동력으로서의 과학기술의 역할-경제인이 바라본 우리의 과학기술」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 회장은 『기업들도 어려울 때일수록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를 위한 산학연 협력을 활성화하고 산업계 차원의 공동기술연구소 설립 등을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과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또 『산학연 협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산학 협동에 의해 생산된 자산에 대한 특허권 제도와 지적재산권에 관한 제도를 정비하고 성과물에 대한 보상제도 도입, 세금감면, 지원금제도 등 다양한 인센티브제도의 확충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경제난 극복을 위한 과학기술계와 경제계의 첫 만남의 자리인 이날 토론회에는 박긍식 경북대학교 석좌교수를 좌장으로 김완주 (주)시트리 대표이사, 김은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위원, 변도은 한국경제신문 주필 겸 상무,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등이 참석해 과학기술계와 경제계와의 연구개발 협력방안 등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편집자>
△김완주 시트리 대표이사=우리나라 기술도입액이 지난 96년 23억달러인 반면 기술수출은 1억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산업기술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 기술수출 노력은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보다는 훨씬 여건이 좋은 대기업에서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데도 대기업이 오히려 부진하고 대부분 기술수입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결국 과학기술의 개발은 활발한 산학연 협동체제 아래서만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산학연 협동연구는 말로만 그치고 실질적인 협동연구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김상하 상공회의소 회장=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기술수출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주력 업종이 다르다. 이를테면 대기업은 자동차·철강 등 덩치 큰 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산업은 국내의 개발역사가 짧아 기술을 대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도입하는 기술에 대한 시장형성이 되지 않은 최첨단 기술이라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수출은 저가 기술제품이 대부분이다.
△김은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위원=우리나라 과학기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과학기술자들이라기보다 경제학을 전공한 관료들이다. 그들의 생각은 경영의 효율성만을 고려해 당장 무엇인가 나오는 연구, 즉 상품화 연구만을 생각하고 있다. 원래 상품화 연구는 기업이 해야 할 분야이고 대학은 교육과 학술연구, 출연연구소는 국가의 전략적 연구를 수행해야 국가적으로 연구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연구주체들의 역할을 무시하고 하나같이 단기적인 기업연구에만 몰두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과학기술의 현실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불황극복을 위해 연구개발부문을 축소하고 있어 국내 연구공동화 현상을 우려하는 소리도 높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연구개발에 더욱 투자해야 하는데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 경제계가 미래경쟁력을 위해 기업의 연구개발을 축소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김 회장=연구개발 투자를 줄여서는 안된다는 데 전적으로 동감이다. 어렵다고들 하니까 정부나 기업이 특성을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인력을 30% 줄인다거나 비용을 삭감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지금은 연구개발을 통해 미래에 대비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당장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당장 생존이 걸린 개별기업들에 연구개발 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을 도와줘야 한다.
△변도은 한국경제신문 주필=연구개발 투자는 국가 연구개발투자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기업, 그 중 민간기업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지원과 환경조성인데 금융과 세제 지원 이외에 각종 규제와 제도상의 문제점, 이를테면 관련기관의 분산 및 법령의 난맥상 등의 정비가 중요하다. 또 연구개발은 벤처사업과 유사해 실패확률이 높은데다 장기간 투자가 요구되고 있는만큼 효율성 제고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정부와 기업, 기초과학·기반기술연구와 실용화·상업화 기술연구가 달라야 한다.
△김 회장=좋은 지적이다. 국가 연구개발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민간이 연구개발을 선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금융·세제부문 등 정부가 연구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과감히 풀어야 할 것들이 많다. 어려운 기업들의 입장을 감안해 업종별로 관련분야의 민간공동연구소 설립방안 등도 경제단체들과 협의해 검토하겠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개발된 기술을 효율적으로 확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개발된 기술을 확산하는 시스템이 부족하고 연구성과가 상업화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선진국의 산학 협동은 대학의 연구결과가 기업화되는 데까지 연결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연구개발 단계의 산학 협동연구에 집중 지원되고 있어 실효성이 저하되고 있다.
발표내용 중에는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 성과가 민간의 기술발전을 촉발시킬 수 있는 기술이전 메커니즘 확충을 언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술확산 및 지식 확산을 위해서는 테크노파크의 형성, 산학 협동 연구체제의 강화 등 기술이전 메커니즘의 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김 회장=테크노파크 조성은 전적으로 동감한다. 상공회의소 분석자료에 따르면 대덕연구단지의 테크노파크 조성은 연구소·대학·산업체 등이 상당히 조화를 이루고 있어 매우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와 있다. 그밖의 지역은 성공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재산권의 보호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도 심사인력을 대폭 보강하는 등 강화돼야 한다.
우리의 경제상황은 정부가 대처를 잘해 외환위기를 넘겼다고는 하나 좋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도 돈 갚은 기업을 우대할 게 아니라 기업이 돈을 쓰도록 해야 한다. 전경련 등과 함께 기업공동연구소나 업종별 공동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겠다. 정부도 기업의 재무제표나 부채비율 등 단순한 지표에 의해 기업퇴출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특허나 기업의 첨단기술 보유 유무, 연구개발 투자 등도 기업평가에 포함시켜 연구개발 투자를 많이 하고 실력있는 기업들은 국가 장래를 위해서도 과감히 살려야 한다.
<정리=정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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