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10월 토론내용

SW산업 현재와 미래

 전자신문사가 후원하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지난 27일 전경련회관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산업이 처한 현실과 발전방향 등을 논의한 이날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국내 SW산업이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으며 앞으로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제품개발 및 마케팅이 추진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을 같이했으나 국내 SW산업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 시책을 개선해야 할지, 아니면 업계 종사자들이 의식구조를 개혁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이날 있었던 토론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하재구(인포머셜컨설팅 대표이사, 사회)=우리나라의 SW 산업환경이 열악하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IMF의 여파로 국내 SW 산업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국산 SW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한글과컴퓨터사가 좌초될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전하진(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사회에 진출한 뒤 10여년간 이 분야에 종사했지만 국내 SW산업의 현실을 보면 회의가 들 때가 있다. 기아자동차는 수조원의 빚을 탕감받고 있지만 SW개발업체들은 1천만원, 1억원이 없어 무너지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특히 SW개발업체들은 은행 융자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신용보증기금 등에 가서 대출을 받으려 해도 업체의 가능성이나 기술력보다는 매출실적을 따지기 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매출을 늘리기 위한 덤핑도 마다 않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조현정(비트컴퓨터 대표이사)=지난 15년간의 사업경험에 비춰볼 때 SW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요인은 자금조달이 안된다는 점이다. SW업체들이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코스닥시장도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아 업체들이 제품개발이나 회사운영자금 확보에 허덕이고 있다. 정부에서 창업자금을 지원해주는 것도 좋지만 기업들이 투자자들로부터 평가를 받아 자금을 직접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김태중(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 부장)=국내 SW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 모두가 정품 SW를 사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물론 학생들을 포함한 일부 계층의 불법SW 사용까지 막을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정부와 공공기관 및 SW로 생산성을 높이고 있는 기업체 등은 정품 SW를 구매하는 것이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계속 공급받을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SW업체들도 제품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 국내업체들의 SW가격 산정기준은 주먹구구식이고 때로는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에 불법으로 SW를 복제하는 것이다.

 △오창호(한신대학교 교수)=각국의 S

W가격을 비교해 볼 때 국산 SW의 가격은 선정기준이 애매한 경우가 많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SW는 가격의 융통성이 높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불법SW 단속도 좋지만 수요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가격을 책정하면 불법복제보다 정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또 앞으로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자상거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가격을 현실화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전자상거래가 비교적 활성화된 외국의 경우도 가격을 무리하게 책정한 업체들은 사업에 실패하고 있다.

 △이기호(두전컴퓨터 대표이사)=국내 SW산업의 인프라는 돈으로 구축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벤처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국내 SW업체들이 해외시장을 개척할 때 창구를 일원화해 효율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조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은 국내 업체들끼리 해외에서 덤핑경쟁을 벌여 우리나라 전체 얼굴에 먹칠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김호(정보통신부 정보통신진흥과장)=우리나라는 시장규모 자체가 작고 정품 사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SW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정부나 기업체 및 개인들이 각자 역할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정부의 역할은 특정 업체를 스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도개선, 양질의 인력 양성 등 산업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4만7천개의 벤처기업 가운데 1개 업체만이 성공할 정도로 정부가 SW산업을 육성시키는 것은 힘이 드는데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에 바라는 기대치가 너무 높다.

 △전하진=우리나라는 정부 지원이 과다한 편이라고 본다. 현재 정부는 백화점식으로 여러 업체에 골고루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보다는 능력있고 가능성있는 업체나 어느 정도 성공한 업체 등을 선정해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현재 대다수 중소업체들은 정부 지원자금을 회사운영비로 사용하고 있어 결국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지원이 되고 있다. 정부는 여러 업체에 골고루 자금을 지원해 투자대비 효과를 떨어뜨리기보다는 능력있는 업체가 성공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재구=SW업체 육성과 관련해 좋은 사례가 있다. 교육부산하 멀티미디어지원센터는 에듀넷이라는 전자교과서 사업을 추진하면서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일을 맡겨 여기에 참여한 중소기업 대다수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SW진흥책도 단순한 자금지원보다는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종희(모다정보통신 대표이사)=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의욕에 비해 결실이 적다. 최근 설립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도 국내 SW산업 발전을 위해 앞으로 여러 사업을 벌이겠지만 업계 관계자의 한 사람으로 부탁하고 싶은 것은 업무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확보하고 한번 벌인 일은 끝까지 책임져달라는 것이다.

 미국의 한 단체는 1백여개에 이르는 위원회를 모두 없애고 태스크포스 형태의 소규모 조직을 만들어 업무의 능률을 높였다. 기존 위원회들은 토론도 많이 하고 일도 많이 벌이지만 그 일의 결말을 맺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부나 소프트웨어진흥원도 발상을 전환해 많은 일을 벌이기보다는 한번 시작한 사업의 끝을 맺는 것이 중요하다.

 △허진호(아이네트 대표이사)=국내 SW산업의 발전방향을 제시하자는 취지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가 현실적인 불만을 토로하는 장으로 변해 아쉬운 점이 있다. 그러나 서로의 불만을 통해 국내 SW산업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도 향후 발전방향을 도출하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이번 토론회는 의미가 있었다. 앞으로 정부와 업계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정책이나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정리=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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