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 구조개혁 "정보화"로 완성해야

 최근 금융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크게 변화하면서 금융시스템의 일대개혁이 예고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대내적으로는 위험관리 미비로 인한 막대한 부실채권 발생 등 금융환경의 악화는 오늘날 금융기관 스스로가 자기책임 하에 경영을 해야 하는 책임경영체제로의 대변신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전자화폐·전자상거래의 보급·확산에 따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정보화체제의 구축이 무엇보다도 급선무다. 더욱이 은행의 경영투명성 확보를 명목으로 IMF에서 국제회계기준의 연결재무제표를 요구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이같은 정보화체제 구축은 더욱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금융기관 스스로도 앞으로는 선물거래 등 더욱 다양한 금융기법을 개발해 나가면서 위험에 대비해야 할 입장이므로 금융정보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물론 금융산업의 정보화가 그동안 전혀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금융산업 정보화가 일선 창구의 입출금을 지원하는 계정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수익성 확대나 고객만족을 실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정보화는 은행간 현금자동지급기(CD) 공동망서비스, 타행환 서비스제공 등 금융기관의 전략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업무를 줄이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금융정보화 수준이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무려 5년 이상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국내 은행의 경우 대부분 계정계업무에 정보화예산 1조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미국 시티은행만 하더라도 한해 4조∼5조원을 정보화예산으로 투입, 정보계·네트워크 투자비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 91년부터 시작된 제3차 온라인 과정에서 정보계 업무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 은행권은 정보계업무를 소홀히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정보시스템은 마케팅을 위한 고객정보 축적의 부재 등으로 인해 영업활동에 이용하기 어렵고 신규시장 개척을 위한 전략수립이나 고객접근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입·출금 중심의 창구업무 전산화를 위해 많은 돈을 들여 CD/현금자동입출기(ATM)를 설치해 놓았지만 기기이용 실적도 미미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상품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 역시 부재해 전 금융기관이 획일적인 상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파생금융상품을 개발·관리할 수 있는 지식기반의 정보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해외투자자금 등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익관리·위험관리·자산관리 등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급변하는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번 금융산업 구조개혁이 제대로 된 금융산업 정보화로 이어지고 이 결과가 금융산업의 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토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권에서는 상품·서비스 개발과 함께 고객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통합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이를 활용한 마케팅지원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여기에는 대량생산체제에서 금융기관이 일방적으로 만든 상품을 제공하는 마켓아웃 발상에서 고객이 요구하는 상품을 제공하는 1대1 마케팅체제로 발상이 전환돼야 한다.

 또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지원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며 증권·보험·은행상품을 연계한 복합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금융권의 망간 연동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수익관리·코스트관리와 분기별 결합재무제표의 산출이 가능한 회계시스템을 비롯해 지식을 기반으로 리스크관리가 가능한 고도의 종합리스크 수익관리시스템 그리고 자산부채의 종합적인 관리가 가능한 자산부채관리시스템 등 투명성·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시스템의 구축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고객과 금융기관의 접속경로 다양화 및 새로운 결제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고객이 CD/ATM·전화·PC(인터넷) 등 저렴하고 다양한 경로로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서비스 단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전자화폐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전자화폐법 제정 등 금융산업의 구조개혁을 위한 다각적인 정보화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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