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정보기술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
우리나라가 정보사회로 발전하면서 우리 주위에 산재한 각종 지상·지하시설물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초로 본격적인 지리정보시스템(GIS) 콘퍼런스가 개최돼 업계·정부·지자체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리정보기술과 국가경쟁력」이란 주제로 19, 20일 이틀간 COEX에서 개최되는 「제1회 한국지리정보기술 콘퍼런스 및 세미나」에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 인한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주요 GIS 전문업체들이 대거 참여해 자사 제품과 솔루션을 소개할 예정이다.
또 콘퍼런스 기간 동안 정부·학계·업계 전문가들이 국내외 GIS 구축 실사례와 첨단기술을 소개해 국내 GIS산업의 현주소와 문제점뿐 아니라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해 GIS산업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GIS란 지리공간 데이터를 수집·저장·분석·가공해 도로·교통·전신전화·가스·상하수도·수자원·산림자원·지질토양 등 각종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 일종의 사회간접자본(SOC)이라고 할 수 있는 GIS는 지적재조사·국토활용·재난방지시스템·교통관리시스템 등의 공공분야뿐 아니라 민간기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수립용 상권분석시스템 등에도 활용될 수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사람이 특정 지역의 지리정보를 공유하고 지형공간정보를 개인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한 GIS에 대한 관심은 전산시스템을 공급 및 구축하는 정보통신업계뿐 아니라 정부도 적극적이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거쳐 정보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토지·자원·환경 등 국토공간에 대한 각종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지난 94년 경제장관회의때 「국가GIS 구축방안」이란 사업을 수립하고 95년 「국가GIS 구축 기본계획」을 확정, 본격적인 NGIS사업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01년까지 GIS 구축기반을 조성한 뒤 2002년 이후에는 이를 정착시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건설교통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한 국가GIS추진위원회를 구성해 95년부터 2001년까지 총 5천1백87억원을 투자해 지형도·지적도·주제도·지하시설물도 등 기반정보를 전산화하는 한편 GIS 기술개발, 인력양성, 표준화작업 및 각종 GIS 응용시스템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NGIS사업에는 건설교통부를 포함해 행정자치부·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 등의 부처가 10대 중점사업을 선정해 업무를 추진하고 있으며 학계·연구소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간자문위원회가 분야별 NGIS사업의 정책과 집행을 자문해주고 있다.
정부는 NGIS 구축이 완료되면 국정 전반에 걸쳐 다양한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행정정보의 80%를 차지하는 도면정보와 제반 속성정보를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하게 검색·처리할 수 있어 정보수집·관리·분석에 소요되는 인력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으며, 도시시설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굴착공사나 지하공간 개발시 대형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올해부터 2000년까지 진행되고 있는 주제도 전산화사업이 완료될 경우 도시계획도·도로망도·국토이용계획도·지형지번도·토지이용현황도·행정구역도 등 6개 주제도를 공공기관과 민간에서 활용해 일선업무의 능률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정부는 전국 78개 시를 통해 2001년까지 총 1천5백50억원을 투입, 지하에 매설된 상하수도·전력·가스·통신·송유관·난방열관 등 7개 시설물에 대한 매설현황과 속성정보를 전산화해 통합관리할 수 있는 지하시설물도 전산화사업에 나서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GIS를 도시관리에 적합하도록 수정한 도시정보시스템(UIS) 구축에 나서고 있다. UIS란 GIS와 경영정보시스템(MIS)을 결합한 개념으로 이를 활용하면 시설물관리·도시계획의사결정·토지정보관리·도시환경정보관리·도시방재·교통정보·문화관광정보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
UIS구축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서울시. 서울시는 95년 지리정보 구축계획을 수립해 96년부터 수치지형도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시작으로 UIS 구축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의 25개 구청 전역에 대한 수치지형도 작성은 올해 말까지 완성될 예정이고 지상 및 지하시설물도와 응용시스템 구축은 각각 2001년까지 완성될 계획이다.
또 서울시는 중구지역을 종합적인 시스템 구축작업의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도로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도로굴착·점용관리·도로유지관리·공사관리·도로시설물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도로관리시스템은 내년부터 서울시 25개 구청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이 밖에 경기도 과천시는 NGIS사업의 하나인 지하시설물도 전산화사업의 시범사업 대상지역으로 선정돼 과천시에 매설된 각종 지하시설물에 대한 전산화작업을 완료하고 이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평가작업을 하고 있으며, 부산시도 2007년까지 1천5백30억원을 투자해 부산시 UIS를 구축한다는 계획아래 최근 본격적인 구축작업에 나서고 있다.
한국전력공사·한국통신공사·한국가스안전관리공사·한국토지공사 등의 공기업과 민간기업도 보다 효과적으로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 기존 MIS에 공간정보 개념이 포함된 GIS를 결합시킨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GIS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GIS SW 공급업체, 항측업체, 전자지도 제작업체, 시스템통합(SI)업체 등 관련업체들의 사업이 활성화했으며 GIS시장도 연평균 30% 이상의 고속 성장을 구가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급격히 팽창하던 국내 GIS산업은 올들어 IMF 한파를 맞아 시장규모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GIS 시장규모는 2백억원 가량의 순수 GIS용 SW매출을 포함해 약 1천9백억원으로 잠정 집계됐으나, 올해에는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GIS 및 UIS 구축사업을 대거 연기해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1천억원대를 간신히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 GIS SW를 공급하고 있는 업체 가운데 캐드랜드·인터그래프코리아·오토데스크코리아·거림시스템·삼성오피스컴퓨터·벤틀리코리아·쌍용정보통신 등 주요 업체들은 이같은 공공부문의 수요위축으로 올들어 극심한 매출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SW 공급업체들은 공공부문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자 자구책의 하나로 민간업체에 적합한 제품 및 솔루션을 잇따라 소개하고 있다. SW 공급업체들은 기존 MIS와 결합할 수 있는 상업용 GIS를 소개하고 있지만 수요자인 일반 기업체들은 도입을 검토만 하고 있는 상태.
GIS를 구축하는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SI업체들도 IMF의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올들어 GIS시장이 침체되면서 매출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SI업체들은 특히 올 상반기 발주된 공공부문의 GIS사업이 부산시의 UIS 구축건, 환경부의 자연환경 종합GIS DB 구축건, 국방부의 국방시설 통합정보체계 구축건, 한국토지공사의 설계자동화 및 시설물 관리시스템 구축건 등으로 한정돼 GIS사업부를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사업규모라고 보고 군살빼기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이번에 개최될 「제1회 한국지리정보기술 콘퍼런스 및 세미나」는 이처럼 침체된 GIS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그동안 쌓아온 GIS분야의 노하우를 다지고 현재 GIS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개최돼 관련업계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GIS업계의 한 관계자는 『GIS산업은 우리나라가 정보통신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몇 안되는 분야인데 IMF로 GIS산업이 위축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에 GIS관련 전문 전시회가 개최돼 IMF로 타격을 받은 GIS산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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