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보통신기술 이용 공직비리 없애자

 최근 공직자 비리를 비롯해 사회전반적인 부정부패가 사정당국의 내사를 계기로 큰 관심사항이 되고 있다. 특히 서울지검에 수뢰혐의로 구속된 전 서울시 주택국 재개발과 소속 한 행정주사의 경우 10여년간 재개발 인허가 업무와 관련해 업자로부터 받은 뇌물로 형성해 놓은 재산이 무려 2백억원대에 달한다는 내용은 큰 충격이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물증이 없어 국고환수가 어렵다는 얘기는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이밖에도 구청의 위생과 직원들이 지난 4년 동안 관내 한 단란주점에 47차례나 들락거리면서 1천3백만원 어치의 공짜 술을 마셨다거나 또 얼마 전 한 말단 세무공무원 부인이 작성한 「10억원 마련 실천계획」 등 어처구니없는 일이 그치지 않으면서 공직자 비리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인허가 등 민원업무에 종사하는 일선 공무원들의 불법·탈법 행위와 관련한 부정부패가 정부의 거센 사정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갈수록 규모가 커지며 대담해지고 있다.

 급기야 김대중 대통령은 중·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을 지시했고, 검찰은 인사 및 행정·건축·부동산 인허가·공사·보건 및 환경·교통·소방·노동·수사·세무·교육·병무·금융·법조주변·납품·사이비언론 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16개 분야, 62개 유형의 공무원 비리에 대해 전담검사를 지정, 집중단속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지속적인 사정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에게는 일선 행정기관에서 자주 접하는 중·하위직 공무원의 비리가 예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강도높은 사정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사정이나 단속만으로 고질화된 공직비리를 척결하기란 쉽지가 않다. 공직비리의 근본원인은 지나친 행정규제가 원인제공을 하고 있으므로 행정규제를 대폭 줄이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우리나라의 행정규제가 경쟁국에 비해 지나치게 까다롭고 많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민·관 합동기구인 규제개혁위원회가 이번에 전체 1만9백11건의 각종 행정규제 중 각 부처가 정비하겠다고 제출한 1천9백74건을 1차 폐지대상으로 확정, 이달 말까지 모두 없애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음이 정보의 공개다. 안보 등 국가기밀사항이 아니라면 국가나 행정기관이 갖고 있는 정보를 공개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정보공개법의 제정과 더불어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사업 인허가시 필요한 사항이나 절차, 규제내용 등을 알리는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사정기관에서 민원부서 공직자의 경우 재산을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해 이들의 재산축적 과정을 감시하는 「공직자재산관리시스템」의 구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2백억원 축재」의 구체적 물증이 없어 국고환수가 어렵게 되는 문제점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에는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실시한 토지전산망이 큰 효력을 발휘했듯이 공직자 재산등록의 범위를 국회의원이나 장·차관급에서 경찰·군인·교사를 비롯,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하위직 공무원으로 확대해 효율적으로 운용한다면 공직비리를 사전에 방지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는 인터넷이나 PC통신을 통해 공무원의 비리를 무기명으로 알릴 수 있는 「공직자고발시스템」의 구축을 적극 권장하고 싶다. 익명을 요할 수 있는 인터넷을 이용해 내부나 외부에서 공직자의 비리를 고발할 수 있게 한다면 비리공무원들이 발붙일 수 있는 풍토는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공직자 비리척결은 정부 개혁작업의 성패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공직비리는 반드시 척결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선 불필요한 행정규제를 풀어 부조리 발생 소지를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동시에 국민 스스로가 부정부패를 근절하는 데 적극 동참해야 하지만 특히 최근 고도로 발전되고 있는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감시시스템을 적절히 구사해서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부정부패를 근절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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