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혹을 넘긴 나이에 늦깎이 공부를 시작했다. 몇 달 전부터는 이 공부의 결실을 위해 논문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국내는 물론 해외 여러 자료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인터넷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다 보면 인터넷의 마력에 일종의 전율 같은 것을 느끼곤 한다.
강의시간을 통해 정통 해외유학파 교수들로부터 최신 이론이라고 배운 것들이 인터넷상에서는 이미 구닥다리로 치부되고 있을 때도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롭고 획기적인 이론들이 탄생하고 그 탄생과 동시에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인에게 공개되고 있다. 정보의 전파속도는 가히 「초고속」이라 할 만하다.
웹 서핑을 하다 보면 이같은 현상이 비단 내 전공분야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이미 순수과학분야는 물론 의약학계, 공학계, 경제계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이론이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앞으로 정보통신 인프라가 널리 구축되고 사회 전반에 걸쳐 인터넷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인터넷의 마력이 전문 지식인들의 밥줄까지 끊겠다 싶은 위기의식마저 느낀다.
이는 10여 년 전 앨빈 토플러가 예견한 「제3의 물결」이 이미 거역할 수 없는 커다란 파도가 돼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음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또 「나의 지식만이 최고」라 여기는 몇몇 전문 지식인들의 자성과 이들의 정보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촌각의 시간을 두고 지구 반대편의 시장동향에 관심을 쏟아야 하는 환딜러나 펀드매니저가 아니더라도 이제 전문 지식인들에게서 인터넷은 필수조건이 됐다. 단 하루라도 인터넷을 게을리하고 강의나 컨설팅 등 업무 일선에 나간다면 부지런히 인터넷을 검색해 본 클라이언트에게 신뢰를 잃을 뿐만 아니라 곤란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정보에 둔감한 변호사가 수임사건에서 승소하기를 바라고, 먼지 낀 의학서적을 넘기는 의사가 일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마치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돼버렸다.
정보사회에서 전문 지식인들은 인터넷상에서 유통되는 다양한 정보 가운데 우리 현실에 맞는 정보만을 선별해 습득하고 정착시켜야 한다는 의무도 함께 가진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이론 가운데는 일반인들의 시각으로는 분별해내지 못할 쓸모 없는 정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자갈밭에서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전문가가 따로 있듯이 무수한 정보 가운데서 제대로 된 전문정보를 가려내고 가공하는 일 역시 정보사회에서 전문 지식인들이 수행해야 할 몫인 셈이다. 그러기에 전문 지식인들의 정보화는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들어 이러한 위기의식을 느낀 전문 지식인들이 PC통신 서비스에 가입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곤 한다. 아마도 이들은 PC통신이 미래 정보사회에 빠르게 적응해 나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솔루션이요, 시작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듯해 무척이나 든든하다.
정보사회의 신경망인 초고속 정보고속도로가 구축되고 각종 통신장비와 컴퓨터가 발전함으로써 PC통신과 인터넷의 위력이 더욱 강력해질 향후의 고도 정보사회에서는 「노하우」가 아닌 「노웨어」의 식견을 갖춘 전문 지식인들만이 정당한 대우와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문상환 데이콤 정보통신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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