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창간16주년] 포스트 IMF과제-유통

가전유통시장은 IMF체제 이후 대리점들의 입지가 약화되는 대신 양판점과 창고형 할인점 등 혼매양판점들이 득세하는 양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가전사들도 가전유통이 혼매양판으로 전환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았는데 IMF는 이같은 추세를 크게 앞당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디오시장은 일반 가전제품보다 수요부진이 더욱 심각한 상태다. 다른 가전제품보다 구매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50% 이상 시장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단일업체 제품을 취급하는 전속 대리점 체제는 와해 직전에 놓여 있다. 시간이 갈수록 가전제품 혼매양판 유통에 흡수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컴퓨터시장 규모도 30% 이상 줄어들었다. 일반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학생층 수요가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 대체수요가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중고PC나 업그레이드 수요가 늘고 있는데 이를 겨냥한 중고PC유통점이나 업그레이드 전문점들이 호황을 맞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게 된 소비자들이 새 제품을 구입하기보다 메이커 PC의 절반가격이면 구입이 가능한 중고제품이나 조립제품을 선호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PC전문점들의 경우 CC마트와 911컴퓨터가 각각 2백20개와 50여개 체인점을 두고 활발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서비스뱅크도 3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메이커제품보다 20∼30% 싼 조립PC가 인기를 끌면서 한동안 위축됐던 조립PC시장도 되살아나고 있다.

 나진상가와 테크노마트 컴퓨터판매장 등 PC전문상가에는 조립PC 유통점들이 대거 들어서 5, 6년 전의 전성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지난해 중반부터 시작된 대형 유통업체들의 연쇄부도로 정리된 컴퓨터업계 판도는 IMF 들어서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세진컴퓨터랜드와 컴마을(구 두고정보통신)·티존코리아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내부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진의 경우 40%에 달하는 직원을 줄이고 직영점의 절반을 특약점으로 전환했으며 티존코리아도 신설점 출점계획을 보류하고 판매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분야는 지난해보다 기업수요가 50∼60%, 개인수요는 90%까지 줄어드는 사상최악의 불황을 맞고 있다. 특히 교육기관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1천억원 규모의 SW무상배포 방침과 한글과컴퓨터의 한글개발 포기파문은 가뜩이나 어려운 소프트웨어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했다.

 SW업계가 현재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SW재산권보호위원회와 사무용SW연합회, MS 등이 소프트웨어시장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SW불법복제 척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부품유통시장은 지난해 내수부진으로 인한 메모리물량 과잉상태와 이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IMF 이후 많은 유통점들이 사라졌는데 남아있는 유통업체들도 동남아시아권에 대한 컴포넌트 수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IMF이후에도 비교적 안정된 시장을 보이고 있는 분야가 이동통신 유통시장이다. 지난 상반기에만 4백만명이 넘는 수요가 일어 사상 초유의 호황을 구가했다. 그러나 유통업체간 지나친 가격경쟁은 단말기 마진폭을 줄여 시장규모 증가에 반해 내실있는 장사를 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이동통신기기시장의 호황도 하반기들어 가라앉고 있다. 시장이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입자 유치 실적이 많아 수수료 수익으로 경영의 일부를 보전할 수 있는 대형 유통점 외에는 하반기들어 점차 영업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전자유통시장 전체를 놓고 볼 때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관행처럼 돼있던 어음거래가 자취를 감췄다는 점이다. 불황이 계속되면서 현금결제 이외에는 부도위험이 커졌기 때문인데 따라서 전자유통시장에서 현금 확보는 생존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 되고 있다.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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