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창간16주년] 포스트 IMF과제-영상

 영상산업계가 IMF 사태 이후 총체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 프로테이프·음반·게임산업은 경영악화로 날로 몸살을 앓고 있고, 케이블업계는 시청률 부진과 함께 통합방송법 개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조어를 유행시킬 만큼 스포트라이트를 한껏 받아온 영상산업계가 하루아침에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한 것이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장기 비전에 의한 시장진출이 아니라 「너도 하면 나도 한다」는 식의 문어발식 기업경영이다. 또 한가지는 산업의 난맥상을 드러내 보이고 있는 부실한 유통구조다. 영상산업계는 이에 따라 사상 초유의 외환사태인 IMF 구제금융시대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판권료의 거품을 걷어내고 이 참에 선진유통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프로테이프>

 국내 프로테이프시장은 약 2천8백억원(출고가 기준)에 달하고 있으며 이 시장의 약 80%를 삼성·대우·새한·영성 등 주요 프로테이프제작사들이 점유하고 있다. 이들은 외국 직배사 작품의 판매대행 및 유통까지 도맡으면서 관련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지난 3월 SKC가 사업을 중단하기까지는 그야말로 과포화상태였다.

 대기업들의 프로테이프사업은 지난 95년 이전까지만 해도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잇따라 참여하면서 프로테이프 판권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에 반해 프로테이프 가격은 2만원대에 머물고 물류비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판매량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경영합리화가 최대의 과제가 되고 있다.

 판권료를 현실화하지 않을 경우 수익성 제고는 불가능하다. 물류비용을 줄이지 않고서는 사업 비전을 기대할 수 없다. 생산량과 판매량의 간극을 줄이지 않고서는 시장 유통질서는 요원한 실정이다. 재고를 줄여 물류비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끼워팔기식의 유통관행을 없애야 한다. IMF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과제이자 2000년대를 열 수 있는 열쇠다.

<음반>

 IMF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음반시장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지면 올 음반시장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소프트웨어 출시가 크게 감소하고 있으며 수입음반도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의 동맥도 잇따라 끊기면서 음반도매상들의 도산이 줄을 잇고 있다. 올들어서만도 10여개 도매상이 부도를 내고 파산했으며 소매상들도 줄어드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반해 불법음반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와 민간단체에서 올 최대의 과제로 불법음반 근절을 다짐하고 단속에 나서고 있으나 불법음반은 여전히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음반산업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예전의 음반제작사는 음반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있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음반기획사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시장규모에 반해 음반제작비는 치솟고 있다.

 이러다가는 대중음악의 근간이 뒤흔들릴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일단 산업의 동맥부터 재건하자며 자체 유통사를 설립하는 등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음반수요가 전혀 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 기회에 전근대적인 음반유통체계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대로 된 판매수량이 나오지 않으면서 음반에 대한 수익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감지하지 못하는 업체들로서는 당면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과학적인 음반기획 및 마케팅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방송.방송장비>

 방송사들은 IMF 구제금융 이후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상파 3개사의 광고판매율이 전년대비 50% 선까지 내려가고 있으며 케이블TV업계나 지역민방사들은 빈사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부도난 케이블 프로그램공급업자(PP)들은 새로운 물주를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별다른 성과는 나오지 않는 상태이며 케이블 종합유선방송국(SO)들도 외견상으로는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2차 지역 SO들 중 일부업체가 사업추진을 포기한 상태에서 인수자를 물색 중이라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리고 있다.

 케이블업계는 중계유선사업자들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특별한 묘책을 세우지 않는 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 전송망사업자(NO)들의 경우 전송망사업을 포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3분할체계가 붕괴될 처지에 놓여 있다.

 지역민방들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지역경제의 파탄으로 지역민방의 생명줄인 지역광고가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체제작이 크게 줄어들어 서울방송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자체제작 비율은 인천방송을 제외한 대다수 민방이 10%대를 밑돌고 있다.

 방송장비업체들 역시 위기를 맞고 있다. 한동안 케이블 PP들의 해외의 교포방송이나 아시아권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수출이 활기를 띠었으나 IMF이후에는 이마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방송사들은 IMF시대를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케이블 PP들의 경우 새로운 방송법 아래서 외국자본의 지분참여 범위가 33%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MPP(복수PP)체계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PP체계로 전환해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SO들 역시 새 방송법 통과 후 복수종합유선방송국(MSO)이 본격 허용됨에 따라 기업인수합병(M&A)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민방의 경우 방송권역의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의 방송권역으로는 광고시장이 사실상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기존의 방송권역을 도단위로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역민방간에 사업권역을 놓고 갈등관계가 노정되고 있어 이견 조정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

 해마다 30% 이상의 성장세를 지속해왔던 국내 게임시장은 환율상승으로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우선 PC게임의 경우 해외에서 게임판권을 들여와 국내에 공급해왔던 대기업들과 라이선싱전문업체들은 환율상승으로 인해 새로운 게임을 도입하는 데 큰 어려움에 부딪히자 사업을 포기하거나 사업규모를 줄이고 있다. 또 내수가 얼어붙으면서 재고가 쌓이고 자금회전이 경색되면서 에스티엔터테인먼트·하이콤 등 중견유통사들이 연쇄적으로 부도를 냈다.

 특히 연간 1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던 하이콤의 부도는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가정용 게임시장과 업소용 게임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때 삼성전자·LG전자·현대전자 등 대기업이 참가하면서 활기를 띠었던 가정용 게임기시장은 이들이 모두 철수한데다 일본에서 밀반입된 제품이 판을 치면서 2, 3개의 정품수입업체와 8비트 게임기생산업체가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IMF 이후에는 수입가격이 올라 실판매가 급격이 줄어들면서 남아 있는 업체들마저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업소용 게임시장 역시 IMF 직전까지 일부 대기업들이 도심형 테마파크·복합게임장사업을 추진하기까지 했으나 IMF로 인해 완전히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오락실용 게임기시장도 기존 업소들이 증설과 신규제품으로의 교체를 주저하면서 냉각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해외판권 획득에만 주력해온 대기업들이 국산게임 조달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PC게임 개발사들의 해외시장 개척도 발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수출시장도 동남아에서 미국·유럽 등 크게 다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통 역시 기존의 총판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자 대기업 제작사와 일부 중견개발사를 중심으로 비디오숍·편의점·서점·문구점 등 새로운 판로개척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영상정보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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