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창간16주년] 전자.정보통신 업계 경영환경 실태 설문조사 Ⅱ



 IMF체제가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엄청난 영향을 받음」을 1백으로 할 때 전자·정보통신업계 경영주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평균 75.1로 나타나 「상당히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상당히 영향을 받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67%에 이른다는 데서도 나타난다. 특히 18%는 최대인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으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업체는 2%에 불과했다.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다」는 업체는 13% 수준.

 업종별로는 소프트웨어(영상 포함)가 평균 80으로 IMF체제에 영향을 가장 심하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기기(77.2), 산업전자(75.8)업계는 평균치(75.1)를 다소 웃돈 반면 컴퓨터는 72.2로 소프트웨어에 비해 IMF체감지수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 주목된다. 정보통신서비스(73.8), 반도체·부품(73.9), 가전(75.0) 등도 전체 평균치를 다소 밑돌았다. IMF 영향 인식은 업체의 매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매출액이 1천억원이 넘는 업체들은 IMF영향을 가장 적게 받고 1천억원 이하에서는 매출이 많을수록 영향을 심하게 받는 것으로 드러나 이채를 띠었다.

 일반 제조업에 대한 상대적인 비교에서는 평균 51.4로 거의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IMF 파장이 전 업종에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업종별로는 가전이 64.7로 평균치를 크게 웃돌아 일반 제조업 대비 IMF 영향이 가장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통신서비스(46.4),소프트웨어(48.3) 등은 다소 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향을 더 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전자정보통신 주 고객(개인 및 기업)의 위축」을 최대 이유로 꼽은 업체가 8.5%로 가장 많았고 「환율상승으로 인한 환차손」(6.8%), 「공공 및 기업투자 위축」(5.1%), 「수입자재 비중이 많아서」(5.1%) 순이었다. 또 영향 정도가 비슷하다고 보는 이유로는 「모든 산업이 IMF의 영향을 받음」과 「주고객의 위축」이 7.7%로 가장 많았으며 「경기침체」 「수출경쟁력 약화」 「금융시장 불안」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IMF 체감 정도는 최고 1백을 기준으로 75.3점으로 나타나 업계 전반과 같은 수준임을 드러냈다. 업종별로 보면 유통업계가 평균 83.3으로 IMF를 가장 강하게 체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약하게 체감하는 업종은 컴퓨터(72.2)와 반도체·부품(72.8)이었다. 97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할 때 1천억원 이상의 기업이 72.8로 체감 정도가 가장 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1천억원 미만인 업체는 대체로 매출액이 높을수록 체감 정도가 강한 것으로 나타나 IMF에 대한 영향 내용과 비슷하게 분석됐다.

<구조조정>

 IMF이후 범국가적인 구조조정 바람을 타고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 역시 발빠르게 구조조정을 실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70.5%가 이미 지난 8월 중순까지 구조조정을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 보면 컴퓨터 하드웨어업계는 88.9%가 구조조정을 했다고 응답했으며 유통·정보통신기기·정보통신서비스·소프트웨어업종도 구조조정 완료율이 80%를 넘어섰다. 그러나 가전(70.6%), 산업전자(66.7%) 등은 상대적으로 부진했고 반도체·부품산업은 57.4%로 가장 저조해 구조조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구조조정을 마친 업체들 중에서는 64.5%가 재조정을 예정하고 있다고 응답해 그간의 구조조정이 총체적이라기보다는 부분적으로 진행됐음을 드러냈다. 미조정업체의 71.2%가 앞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혀 이미 구조조정을 실시한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가 향후 조정계획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전체의 8.5%는 기존에도 실시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조정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IMF이후 첫 구조조정 시기는 98년 1, 2월이 29.8%로 가장 많았으며 3, 4월이 22%, 5, 6월이 15.6%, 7월이후 하반기에 했거나 할 예정인 곳은 11.3% 순으로 나타나 올초에 구조조정이 가장 활발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전체의 21.3%는 지난해 IMF체제 출범을 전후해 이미 구조조정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끌었다.

 분야별로는 가전·반도체·부품·컴퓨터·유통업종이 97년말에서 올 1, 2월 사이에 주로 구조조정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보통신서비스 및 기기업종은 올 1, 2월에 실시한 비율이 가장 높지만 올하반기에도 구조조정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체 유형별로는 생산공장 운영업체와 창립 연도가 오랜 업체일수록 조기에 구조조정을 실시한 비율이 높으며 생산공장 비운영업체와 80년대 이후 창업업체일수록 구조조정 시점이 늦게 나타났다.

 구조조정의 주 목적에 대한 질문에선 8월 중순 이전까지는 「인력감축」(55.3%), 「인력재배치」(19.1%) 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구조조정이 인력축소 조정에 초점을 둔 것으로 나타났으나 8월 중순 이후에는 「사업재조정」(43.6%)이 가장 높아 구조조정의 표적이 「인력감축」에서 점차 사업의 본질적인 구조로 바뀌고 있음을 대변했다.

 업종·종업원수에 따라서도 구조조정의 주 목적이 다르게 나타났다. 소프트웨어·산업전자·정보통신기기업종과 종업원 1백명 이하의 소규모 업체들에서 「인력감축」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반면 「인력재배치」는 정보통신기기업종이 28.6%로 가장 높았다.

 「사업재조정」을 주목적으로 한 업종은 유통이 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컴퓨터(37.5%), 가전(33.3%) 등이 뒤를 이었다.

 향후 구조조정의 주된 목적으로는 「사업재조정」(43.6%), 「인력재배치」(28.6%), 「인력감축」(21.8%) 등이 여전히 순위만을 바꾼 채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급여조정」 「기술개발투자」 「부동산매각」 「경쟁력 강화」라고 답한 곳도 일부 차지했다. 업종별로 보면 대부분 「사업재조정」이 최대 목적으로 나타났지만 반도체·부품은 「인력재배치」를, 유통·정보통신기기·산업전자 등은 「인력감축」에도 큰 비중을 두었다.

 구조조정의 효과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 9.2%, 「어느 정도 긍정적」이 77.4%로 나타나 구조조정 효과를 긍정적으로 보는 업체가 86.5%로 압도적으로 많게 나타났다. 또 「매우 긍정적」을 1백, 「어느 정도 긍정적」을 75, 「반반」을 50, 「다소 부정적」을 25로 할 때 구조조정에 대한 효과는 평균 73.2으로 전자·정보통신업계가 대체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조조정의 효과를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업종은 컴퓨터업계로 「매우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무려 37.5%에 달하는 등 평균 84.4%로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유통(80.0), 산업전자(76.3), 정보통신서비스(75.0), 반도체·부품(73.7) 등의 순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기(67.9)와 가전(68.8)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 아직 구조조정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음을 보여줬다. 매출면에서는 「매출액이 1천억원을 넘거나」(77.6) 「1백억원 이하인」(71.6) 중소기업이 효과가 높다고 답해 중견기업이 상대적으로 구조조정의 효과가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인수합병>

 IMF체제 이후 전자·정보통신업계 전반에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기업 인수합병(M&A) 요청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업체는 전체의 19.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정보통신서비스와 정보통신기기 업종에서 두드러져 여전히 정보통신부문이 국내외 투자가들로부터 M&A의 표적이 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M&A 요청을 받아본 업체 가운데는 64.1%가 한국기업이든 외국기업이든 상관없이 M&A를 추진할 용의가 있다고 답해 전자·정보통신관련 M&A가 앞으로도 계속 활성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외국기업이 M&A를 제의할 경우만 추진하겠다는 응답자가 15.4%에 달해 한국기업의 의뢰만 추진하겠다는 응답자(5.1%)보다 3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는 점. 즉, 전자·정보통신업계는 M&A의 대상업체로 외국기업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요청을 받지 않은 업체를 대상으로 한 외국인 투자유치에 대한 질문에서는 「이미 자본을 유치했다」가 11.0%, 「추진중이다」가 16.5%, 「추진의사는 있으나 아직 미실행」이 36.0% 등으로 전체 63.5%가 M&A나 외부자본 유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글 사태>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는 최근의 한글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정보통신업계 전반에 큰 관심을 끌었던 한글과컴퓨터의 마이크로소프트 투자유치 번복에 대해서는 「잘한 일이다」고 답한 업체가 전체의 68.5%로 부정적인 평가보다 두배 이상 많았다.

 긍정적 평가는 컴퓨터·유통·반도체·부품업종에서 비교적 높게 나타났으며 부정적 평가는 정보통신서비스와 정보통신기기업종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특히 소프트웨어업종은 부정적 평가가 40%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향후 한글프로그램을 구입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전체의 78.5%인 1백57개 업체가 「그렇다」고 답했다. 구입의사는 유통(1백%), 산업전자(93.3%), 가전산업(88.2%)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정보통신서비스·정보통신기기·소프트웨어·컴퓨터 등은 평균치를 밑돌아 상대적으로 한글프로그램 구매의사가 낮았다. 또 업체 규모별로는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한글프로그램 구입의사가 많았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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