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 재판일이 오는 23일로 다가옴에 따라 양측 사이에 벌써부터 일전불사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법무부는 특히 이번 재판에서 MS에 일격을 가할 결정적 반독점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면서 MS를 압박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롭게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MS가 컴퓨터산업의 기술혁신 속도를 통제하기 위해 협력업체들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온 혐의가 포착됐다는 대목이다.
법무부는 MS가 운용체계(OS) 시장의 지배력을 이용, PC 제조업체들에 부당한 계약을 강요하고 「끼워팔기」 수법으로 브라우저 시장에서 불공정경쟁 행위를 한 데 그치지 않고 전통적인 맹방으로 「윈텔」 진영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인텔에 대해서까지 압력을 행사해 자사에 불리한 신기술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혐의내용은 지난 95년 앤드루 그로브 인텔 회장과 빌 게이츠 MS 회장이 참석한 양사 최고경영층간 회의 내용을 정리한 인텔측 메모를 통해 드러났다.
메모 내용중엔 『게이츠 회장은 PC산업을 지배하려는 그의 야심을 인텔이 방해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게이츠 회장은 인텔이 인터넷 소프트웨어 분야에 투자하는 것에 격노하고 이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인텔 지원을 포기하고 경쟁업체를 지원하겠다는 위협을 가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이 메모를 근거로 MS가 OS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업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를 함은 물론 협력업체들의 기술혁신 노력까지 통제하는 등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공세를 펼칠 계획이다.
법무부는 더욱이 이같은 사례가 인텔만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애플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인사는 이와 관련, MS가 1억5천만달러를 투자한 이후 애플에 멀티미디어사업에서 손을 떼도록 강요했다고 증언했으며 이는 법무부에 의해서 이미 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최근 PC시장에서 1천달러 이하 저가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인텔을 비롯한 대부분의 컴퓨터산업 관련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MS만은 그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부당한 압력을 통해 가능했던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MS는 이에 대해 인텔 등 협력업체들과의 협조체제엔 문제가 없다며 법무부측이 이번 소송에서 자사에 대한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하자 절망적인 몸부림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윈도 OS에 브라우저를 끼워팔지 못하도록 한 지방법원의 「끼워팔기」 금지명령에 대해 항소법원이 지난 6월 두 제품의 통합은 기술적 발전의 결과물이라며 이 명령이 부당하다고 판정하면서 자사가 이번 소송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자 법무부가 새로운 쟁점을 만들어 재판의 핵심을 흐리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MS는 따라서 법무부측의 최근 주장은 당초 제기된 소송의 쟁점과 무관한 것으로 자사는 이에 대한 답변준비 시간마저 갖지 못했다며 그같은 주장이 이번 재판의 쟁점이 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소송의 쟁점은 당초 법무부가 제기한 대로 OS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 남용 여부와 OS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부당하게 브라우저 시장으로까지 확대했는지 여부에 국한되는 것이며 이는 이미 항소법원의 결정을 통해 근거 없는 것으로 판정난 만큼 법무부가 제기한 소송은 기각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지방법원 판사는 MS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고 법무부측이 요청한 협력업체들과의 회의자료를 제출할 것을 명령하면서 법무부측의 새로운 주장을 재판의 쟁점으로 삼을 것인지 여부를 추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와의 반독점 소송과는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칼데라와의 소송건은 MS의 입장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소송과 관련, MS가 자사 도스 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던 다른 회사 제품을 도태시키기 위해 부당한 방법을 동원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91년 MS가 윈도 초기판에 고의로 특수코드를 삽입, 경쟁사 도스 제품을 윈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도록 했다는 것으로 이같은 혐의는 당시 MS 프로그래머들 사이에 돌았던 내부 전자우편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불거져 나왔다.
MS측은 이에 대해 그같은 내용의 전자우편의 존재를 확인하면서도 그것은 단지 일부 프로그래머들의 의견이었을 뿐 회사의 공식 입장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더욱이 그 문제는 95년 이미 법무부에 의해 조사가 진행돼 문제 될 것이 없는 것으로 종결된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상황과 맞물려 법무부의 MS에 대한 반독점 소송에서 MS에 타격을 줄 중요한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MS가 이들 새로운 혐의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여부에 따라 이번 반독점 소송과 컴퓨터산업 전반에 적지않은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오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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