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시대를 맞아 전반적으로 국내 전자산업이 위축돼 있는 가운데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반도체업체들도 주력 제품군이 어디냐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쪽은 PC용 관련 반도체업체들. 세계 제1위의 반도체업체인 인텔코리아를 비롯해 AMD코리아·내쇼날세미콘닥터한국지사 등 호환칩업체 할 것 없이 매출 감소에 비상이 걸렸다.
올 상반기 국내 PC시장 감소율은 무려 40%에 이르는 데다 저가 PC의 보급 확대로 공급되는 CPU 평균 단가도 지난해와 비교해 10% 이상 하락, CPU시장 전체적으로 50% 정도 시장이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인텔코리아측은 나은 편이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행망시장을 적극 공략, 행망용 시장을 거의 독점하는 데 힘입어 지난해보다 못하지만 올해 매출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AMD코리아나 내쇼날세미콘닥터한국지사 등 호환칩업체들은 지난해 호조를 보였던 행망용 시장을 인텔코리아측에 「양보」하는 바람에 더욱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렇게 국내 PC시장이 침체되는 바람에 본사측의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도 크게 적어지고 있다는 게 CPU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례로 지난해만 해도 제품 발표회 때마다 부사장급 임원들이 직접 방한, 제품설명회를 가졌으나 올해는 자체 임직원으로 대부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CPU업체 한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한국시장은 주요 포커스(관심) 중 하나였으나 현재는 중국이나 대만에 크게 밀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CPU업체 이외에도 모뎀칩 공급업체, 그래픽 칩업체들도 극심한 매출 감소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와달리 국내 생산이 늘어나면서 매출액이 늘어난 외국 반도체업체들도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TI코리아는 지난 상반기 1천5백억원 정도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이 2천1백억원이었던 것을 비춰보면 올해 원화기준으로 50% 가량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 TI코리아의 손영석 사장은 『원화절상으로 평균 단가가 올라간 측면도 있지만 IMF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국내생산이 늘고 있는 액정표시장치(LCD)·이동통신단말기 등에 TI의 주력제품군이 몰려있기 때문』이라면서 매출호조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따라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TI직원 감축도 한국은 제외된 상태다. 손 사장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 영업활동을 통해 대부분 이뤄진 만큼 내년이 더욱 신경이 쓰인다고 밝혔다.
STM코리아도 달러베이스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이한 것은 이러한 실적이 국내업체 생산에 따른 것이 아니라 노키아사의 국내생산 공장에 자사 제품을 납품하게 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국내 CDMA칩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퀄컴사도 지난해보다 매출액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반도체업체 한 관계자는 『극소수 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매출액이 크게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매출액이 준 것보다 외국계 반도체업체들의 그동안 한국시장을 바라보던 시각이 달라지는 것이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럴 경우 직접적인 가격책정 뿐만 아니라 기술지원이나 정보제공 등에서 경쟁국과 다른 「대접」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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