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수 회장을 비롯한 영상음반협회 관계자들이 최근 삼성영상사업단을 방문, 오증근 단장과 장시간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밝혀져 방문배경과 대화내용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협회와 삼성측은 의례적인 방문회동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협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회원사를 직접 방문한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예정에도 없었던 회동인 것으로 알려져 삼성영상사업단의 최근 행보와 관련한 일련의 항의성 방문이 아니었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날 회동에 참석한 음협 관계자에 따르면 음협 임원들이 주로 얘기를 꺼낸 데 반해 오 단장은 듣는 입장을 취했다는 설명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같은 정황으로 미뤄보면 이날 회동에서 오간 얘기는 삼성의 음반사업에 대한 적법성 문제와 가수 스카우트 문제 등이 집중 거론됐을 것으로 보인다. 음반업계는 그동안 삼성이 대기업 업종이 아닌 음반시장에 진출, 시장을 어지럽혀 왔으며 거대 자본을 앞세워 인기가수들을 싹쓸이해 왔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한 참석자는 『삼성이 서태지 음반을 제작한 데 대한 음반업계의 반응이 집중적으로 얘기됐다』고 밝혀 이날 회동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은 국내보다는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자 오 단장이 묵묵부답이었다』고 전했다. 다른 한 참석자는 『삼성에 소프트웨어 개발보다는 음반유통에 힘을 기울여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대기업이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자 오 단장도 수긍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 주목을 끈 대목은 이같은 삼성의 음반시장 진출에 대한 문제점을 얘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역할론이 제기된 점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음반협회 관계자들이 삼성의 역할론을 제기한 것은 진일보한 태도변화』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으나 이번 방문에서는 나름대로의 역할을 주문해 왔다』면서 『이번 회동에서 큰 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음반업계는 일본문화 개방이라는 업계 최대의 난제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라면 「적과의 동침」도 서슴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음협 관계자들과 삼성의 회동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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