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모씨(ewing@nuri.net)는 삼성전자의 센스650 노트북에 윈도98을 새로 설치한 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용체계(OS)를 바꾸면서 모뎀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돌발사태가 생겼는데도 이를 하소연할 곳이 아무데도 없었던 것. 우선 K씨는 하이텔 Q&A란에 수차례 메일을 올리고 삼성전자 고객지원센터로 전화도 걸어봤지만 속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는 인터넷과 PC통신을 헤매다닌 끝에 겨우 삼성측의 기업포럼에서 윈도98을 설치하려면 롬바이오스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하지만 애초에 윈도95가 설치된 노트북을 샀으니 업그레이드 비용 1만7천원을 K씨가 부담해야 한다는 삼성측의 답변에 덜컥 화가 났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노트북의 모델과 시리얼 넘버만 등록하면 고객이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오류나 업그레이드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도록 무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해주는 미국업체들을 떠올리며 K씨는 국내 PC메이커의 AS 부재를 다시 한번 절감했다.
윈도3.1 또는 윈도95 환경의 PC사용자가 OS만 윈도98로 업그레이드해 사용하다가 문제가 발생했다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윈도98이 발매된 지 3주일이 지난 지금, 새 운용체계에 대한 국내 PC메이커들의 지원책이 미흡하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설치가 아예 안되는 경우라면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고객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하지만 일단 문제없이 돌아가던 시스템이 뒤늦게 윈도98과 충돌을 일으켰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 다양한 테크니컬 정보와 에러발생에 따른 해결책이 들어있는 MS사의 홈페이지(http://microsoft.com)나 서포트 온라인(http://support.microsoft.com)을 참고해 1차적인 처방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초보자나 인터넷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 때로는 K씨 같은 파워유저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땐 서둘러 PC업체에 AS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장의 원인이 윈도98로 인한 경우라면 PC메이커에 법적인 보상책임이 없다는 말만 듣게 될 뿐이다. 무상수리기간이 끝나지 않았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PC메이커들은 OS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AS의 경우 유료서비스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주고 고쳐야 한다.
이와 관련, MS측은 윈도98을 개인적으로 업그레이드해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거의 없다고 밝힌다. 지난 8월 11일 이후 하루 최고 1백건 정도의 윈도98 고객상담이 접수되고 있으나, 바이러스 감염 및 캐시 불량으로 인한 일반적 에러(14%) 신고가 가장 많았다는 것. 그밖에 FAT32에서 FAT16 변환(6%), 사용자 평가판 삭제(3%), 멀티모니터 설치(3%), 기본메모리 부족 메시지 지우기(3%), 멀티부팅(2%)이 주요한 문의사항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는 PC판매량이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도는 데다 윈도98을 구입하는 유저가 워낙 드물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발매 3일 만에 2만6천카피가 판매됐다는 MS의 발표와 달리 대리점을 통한 실판매량은 약 1만3천카피로 추정된다는 게 윈도98 총판사 실무담당자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언론사의 홈페이지나 PC통신 동호회의 Q&A란에는 윈도98 업그레이드에 따른 에러와 PC메이커들의 AS 부재에 대한 항의성 메일이 심심치 않게 날아들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파워유저가 아닌 초·중급자들이 개인적으로 한글판 윈도98을 설치할 경우 문제발생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윈도95에 비해 훨씬 진화된 OS를 사용하는데 왜 이런 골치아픈 에러들이 발생할까. 사실 윈도98이 시스템 안정성 면에서 눈에 띄게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OS가 아니라 오히려 유저들이 가지고 있는 하드웨어다. PC를 사면 CPU부터 주변기기, 사소한 부품에 이르기까지 최상의 조건으로 세팅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해. 대부분 시판 후 다양한 컴퓨팅 환경에서 사소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그때마다 업그레이드된 드라이버 또는 패치파일을 지원받아야 한다. 쉽게 말해 부지런히 하이텔과 천리안 공개자료실이나 기업포럼을 드나들며 내 PC를 조금씩 수리해 놔야 안전한 셈이다.
더구나 OS를 바꿀 경우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 시중에서 구입하는 윈도98과 같은 메이커의 PC에 기본 장착된 윈도98은 같지 않기 때문. 새 PC를 사면 이미 하드웨어 사양에 최적화된 OS를 사용하는 것이지만, 그냥 업그레이드를 하게 되면 그만큼 손봐야 할 부분이 많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PC를 구입할 때 CD로 제공받은 구형 드라이버는 윈도3.1이나 윈도95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윈도98에서 정상적인 작동을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MS사가 이러한 점을 고려해 1천2백여개의 새로운 드라이버를 지원하고 있지만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선진국에선 MS사보다 오히려 PC메이커와 하드웨어 업체들이 자사의 유저 보호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 5월말 윈도98 영문판이 출시된 후 미국의 10대 PC메이커들은 앞다투어 인터넷과 통신, 언론을 통해 패치파일 및 새로운 드라이버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홈페이지에는 「주의보(warning: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단순경고)」 「둘러가세요(workaround:버그를 피해가는 방법)」 「수정하세요(fix:버그를 고친 새 파일)」 등이 올려졌다.
CPU·주변기기 등 하드웨어 업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인터넷 호환칩세트 업체 비아(Via)사는 자사 제품을 주기판에 장착한 PC를 윈도98로 업그레이드할 때 사운드카드 소리가 울리는 예상밖의 사태가 발생하자 발빠르게 패치파일을 올렸다. 3D가속칩 업체 매트록스는 그래픽카드와 함께 제공해온 유틸리티의 윈도98용 버전을 새로 내놨다. 몬스터 시리즈로 유명한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도 엔비디아(nVidia)사의 EDGE 3D를 채용한 그래픽카드 사용자들을 위해 꾸준히 드라이버를 업데이트시키고 있다.
일본의 캐노퍼스(Canopus)사는 베리테 2200 칩세트를 라이선싱한 그래픽카드 중 한 모델이 결함을 보이자 이미 단종된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드라이버를 발표해 호응을 얻었다. 이같은 사례들은 모두 법적인 책임공방을 떠나 「제품은 포기하더라도 절대 유저는 포기할 수 없다」는 정보선진국 하드웨어 메이커들의 AS정신을 보여준 것.
이에 비해 국내업체들은 원칙론만 내세운 채 무성의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대우통신의 경우 PC 유저가 개인적으로 윈도98을 업그레이드해 문제가 발생했다면 무료서비스로는 아무런 대책도 세워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보컴퓨터의 대응이 그나마 조금은 적극적이다. PC통신의 기업포럼을 통해 피해사례가 접수될 때마다 유형별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일부 패치파일을 홈페이지에 올려놓기 시작했다는 것. 하지만 인터넷이나 PC통신에 가입하지 않은 PC사용자들을 위한 대책을 내놓은 회사는 하나도 없다.
이에 대해 하이텔 하드웨어 동호회 대표시솝 정세희씨(k2hwf@hitel.net)는 『선진국에 비해 네티즌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우리나라의 경우 보다 다양한 AS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용자 등록카드를 활용해 드라이버 업데이트나 패치파일을 전송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게 정씨의 주장이다. 즉 유저가 등록카드를 작성해 우편으로 보내면 PC업체가 고객DB를 만들고 차후에 업그레이드나 패치를 우편으로 발송해주면 된다는 것.
세계는 지금 시간과 공간의 벽이 허물어진 지구촌 무한경쟁의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외국 PC업체에 비해 기술도 유통체계도 뒤떨어졌다면 무엇으로 소비자를 설득해야 할까. 국내시장에서라도 최상급 하드웨어 업체가 되려면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AS가 필요하다는 게 PC유저들의 중론이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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