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김용대 실리콘그래픽스 사장(45)에게 늘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종로구 평창동의 아담한 빌라에서 열리는 가족음악회. 밀린 일이나 중요한 약속 때문에 김 사장의 퇴근이 늦어지는 경우만 빼면 어김없이 열리는 가족행사다. 토요일 저녁 그의 집에선 피아노·바이올린·첼로의 선율이 흘러나오고 가족합창도 곁들여진다.
『거창하게 격식을 차린 음악회라고 오해하진 마십시오. 식구도 단촐하게 넷뿐인 걸요. 그냥 딸아이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주말 한때를 오붓하게 보내는 겁니다.
합창이 끝나면 아들녀석은 바이올린, 딸은 피아노와 첼로 솜씨를 보여주고 아내와 저는 관객석에서 박수를 쳐주고 그런 거죠.』
가족음악회가 열리면 가장 바쁜 사람은 반주를 도맡아 하는 딸 규리(경기초등 2). 악보없이 가곡부터 동요, 흘러간 노래까지 척척 반주해낸다. 얼마 전 체르니 40번을 치기 시작했으니 피아노 독주실력은 아직 아마추어 수준. 하지만 「엘리제를 위하여」나 「소나티네 8번」처럼 즐겨 치는 연주곡 솜씨는 일품이다.
바이올린을 배우는 아들 찬중이(청운중 1)는 귀여운 여동생과 이중주를 할 때가 가장 신난다. 얼마 전에는 규리와 흥겨운 춤곡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연주했다. 그럴 때면 다정한 오누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김 사장 내외의 표정은 요한 스트라우스시대 오스트리아의 무도장에 와 있는 듯 흐뭇하기만 하다. 두 남매는 요즘 에드워드 엘가의 대표작 「사랑의 인사」처럼 달콤한 결혼식 축가부터 뮐러의 시에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보리수」같이 애절한 민요까지 이중주 레퍼토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알고 보면 김 사장도 소문난 음악마니아. 서울대 사회학과 72학번으로 유난히 휴강이 많았던 70년대에 대학시절을 보낸 덕분에 클래식 감상실을 자주 찾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명동의 「필하모니」나 「전원」은 그때 단골로 드나들었던 추억의 장소들. 작곡에도 관심이 있어 친구의 가사에 곡을 붙여 보기도 했다. 그땐 기타솜씨도 남부럽지 않았다. 지금도 가끔은 딸 규리 대신 기타를 치면서 가족음악회의 반주자 자리를 넘본다. 신혼초만 해도 음치를 자처하던 아내 최혜숙씨(41)도 이젠 어쩌다 가족음악회가 없는 주말이면 허전해 할 정도로 노래부르기를 좋아하게 됐다.
가족합창의 레퍼토리는 가사가 맑고 고운 동요부터 「모닥불」 「보리밭」 「옛사랑」과 같은 대중가요, 가곡 「스와니강」이나 「메기의 추억」까지 다양하다. 고향이 부산인 김 사장은 손인호씨의 흘러간 가요 「해운대의 엘레지」를 불러보기도 한다. 특히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로 시작하는 「얼굴」은 온 가족의 애창곡.
『음악에 몰두했을 때만큼 자유롭고 편안한 시간도 없는 것 같아요. 음악으로 한 마음이 되면 자연히 가족간의 정도 두터워지죠. 세상을 살아가는 백 마디 교훈보다 좋은 노래 한 소절이 아이들 가슴에 더 와 닿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좀더 실력이 쌓이게 되면 식구들끼리만 즐기지 말고 친지들 앞에서 작은 음악발표회도 가져볼 생각입니다. 지금은 회사일이 바빠 엄두를 못내는 작곡도 언젠가는 다시 시작해 보고 싶구요. 온가족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취미, 그게 바로 가족음악회 아닌가 싶어요.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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