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발신인 주소에 「애플컴퓨터 기술개발실」이라는 상호였다. 배용정이 컴퓨터를 좋아하며, 상고를 졸업한 이후 전문대학에 입학하여 전자공학을 전공한다는 말은 전해 듣고 있었다. 그를 본 지도 일 년이 넘어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도 이번에 졸업을 한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나에게 무슨 볼 일이 있어 등기 편지를 보낸 것일까. 우습군, 왜 보냈을까. 걱정하지 말고 개봉해 보면 알 것이 아닌가. 나는 자조하면서 천천히 봉투를 뜯었다.
-오래간 만이다. 잘 있었니? 네 졸업식 때 가보지 못해서 미안하다.-
사실 그가 내 졸업식을 챙겨줄 만큼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다. 그가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 왠지 어색했다.
-나도 이번에 전문대학을 졸업했다. 그리고 애플컴퓨터 기술부에 취직이 되었다. 나는 이미 졸업하기 전 지난 가을에 취업이 되었단다. 전에도 말했듯이, 컴퓨터는 앞으로 유망한 직종이다.-
전에 그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다른 후배에게 말하고 나라고 착각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그가 나를 컴퓨터 천재라고 칭찬하던 말은 떠오른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교에 막 입학하던 봄이었다. 과학실에 있는 기계들이 신기해서 잠깐 들어가 구경하고 있을 때 그가 한쪽에서 컴퓨터를 만지고 있었다. 그때 나는 컴퓨터를 처음 보았다. 전에도 본 일이 있지만 그냥 지나쳤던 것이다.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것은 그가 조작하는 키보드에 의해서 모니터에 숫자와 그래픽이 펼쳐지는데 그것이 매우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3학년이었는데, 화장실에 가려고 하는지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을 보니 키가 매우 작았다. 내 키가 큰 편이어서 더욱 차이가 났지만, 내 어깨 아래로 내려올 정도로 작달막했다. 그러나 눈이 반짝이면서 빛나고 무엇인가 의욕이 가득차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가 자리를 잠깐 비운 사이에 나는 엉거주춤 서서 키보드를 조작해 보았다. 그가 했던 대로 움직여서 새로운 그래픽을 만들어 보았다. 조금 있자 그가 들어서는 기척이 들려서 나는 컴퓨터에서 재빨리 손을 떼었다. 그러나 모니터를 지울 수 없어 내가 손댄 것이 드러났다. 나는 그에게 핀잔을 들을 것을 생각하고 주눅이 들어서 서 있었다.
그는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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