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

 그러나 우체부가 편지 겉봉에 붙어 있는 등기 배달 확인서에 도장을 찍고 그것을 떼어내는 동안 나는 오히려 시선을 돌렸다. 그 겉봉을 보기가 두려웠다. 발신자가 은행이 아니면 나는 다시 한 번 실망을 할 수밖에 없고, 불합격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일은 나에게 커다란 괴로움이었다.

 나는 평소에 은행원이 되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곳은 나에게 있어 깨끗하고 아름다운 세계일 뿐만이 아니라, 천국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토목공사 하청일을 하고 있는 아버지와 형의 모습을 보면서, 그 거칠고 지저분한 세계에 대해 나는 경멸을 금치 못했고, 그와는 다른 분위기를 주는 은행이 신선하기까지 했다. 어쩌다가 은행 안으로 들어가 보면 그곳에는 깨끗한 와이셔츠에 단정한 신사복을 입은 남자 행원뿐만이 아니라, 깨끗하고 정갈한 유니폼을 입은 여자 행원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오히려 여자 행원들이 더 많았고, 그녀들은 한결 같이 깨끗하게 보였다. 깨끗하다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과 어떤 상관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 앉아 있는 여자들은 모두 예뻤다.

 그렇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여자들을 보면서 나는 훗날 은행원이 되어서 나도 깨끗한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그녀들과 같이 일을 할 것이라고 공상하였다. 그래서 상업학교를 지원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대학에 진학할 돈이 없으니 그나마 취직이 수월한 실업고를 갈 수밖에 없었지만.

 『받아, 썩어질. 뭘 그렇게 멍청하게 서 있어?』

 우체부 아저씨가 신경질적으로 말하며 내 코앞에 편지봉투를 흔들었다. 나는 그것을 두 손으로 받아들고 품에 안았다.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했다기보다 약간 두려워하는 나의 소심증 때문인지 모른다.

 『얘, 우체부가 네 도장 안주고 그냥 간다. 달라고 해라.』

 언제 나왔는지 어머니가 툇마루에 걸터앉아 있었다.

 우체부 아저씨는 어머니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라기보다 몇 발짝 걷다가 생각났는지 돌아와서 내 도장을 내밀었다. 그는 나에게 도장을 건네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골목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가 떠난 것을 확인하고 나는 대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 편지의 겉봉을 보았다.

 뜻밖에도 발신인은 서울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이름조차 기억에서 지워질 만큼 한동안 소식을 알 수 없었던 선배 배용정의 이름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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