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비디오 제작사 시설기준 철폐 의미

 정부가 음반.비디오 제작사에 대한 제작등록 시설기준을 완전 철폐키로 방침을 정한 것은 대체로 창작활동 보장과 유휴설비 활용의 극대화라는 두가지 목적이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

 먼저 창작활동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측면은 정부가 올 가을 정기국회를 목표로 개정을 추진중인 3개 영상관계법이 규제완화와 창작활동 보장에 초점이 맞춰진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동안 음반.비디오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시설을 갖추고 정부로부터 제작등록증을 교부받아야만 했다. 예를 들어 음반 카세트제작업체의 경우 32배속 고속복사기와 와인드장비를, CD 업체는 CD 생산관련 일관공정시스템을 갖춰야 가능했다. 또 비디오제작업체의 경우 영상편집기와 컬러모니터, 3단 VCR 1백대 등 일정규모의 시설을 갖춰야만 했다.

 그러나 이같은 제작업자 시설기준은 기존 음반.비디오제작사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난을 사왔다. 지식산업에서 소프트웨어적인 능력이 중요하지 무슨 물적(하드웨어)담보가 필요하느냐는 지적이었다.

 이로 말미암아 소프트웨어 저작권에 대한 「실명제」가 이뤄지지 않아 말썽이 일 경우 하청업체에 불과한 제작업체에 불이익이 돌아가는 불상사가 적지 않았다. 최근 말썽을 빚은 미필 비디오 유통에 대한 책임유무 공방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경우 제작.판매에 대한 책임이 저작권자에게 있는데도 세인들의 시선은 하청업체인 복제업체에 쏠렸다. 물론 심의필 여부를 확인않은채 비디오를 제작한 하청업체의 책임도 없지는 않지만 정작 제작.판매에 대한 책임은 엉뚱한데로 돌아간 것이다.

 또 한가지는 업계의 유휴설비가 심각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영상방송관련장비는 대부분 고가인데 신규 영상.음반업체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음반.비디오제작사는 약 3백여사에 이르고 있으며 올들어서만도 10~20여개사가 신규로 제작업자 등록을 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이의 설비 가동률은 불과 20~30%에 그쳐 덤핑수주 등의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과잉설비와 유휴 설비에 따른 국익손실은 연간 약 1천억~2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따라서 문화부가 업계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 시설기준에 대한 규제를 철폐키로 방침을 정한 것은 바로 유휴시설에 대한 심각성과 문제점에 기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시설기준 철폐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제작사 등록시설기준을 철폐키로 한 것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반영한 전향적 조치로 이해되지만 음란비디오물의 유통과 복제물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시설기준 철폐는 자칫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형국으로 치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정부가 제작 시설기준을 완전철폐하는 대신 음반.비디오 단체를 통한 제재수단을 마련하는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테면 일본처럼 음반.비디오사의 등록을 산하단체 등 업계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음반.비디오제작사에 대한 제작등록 시설기준 철폐방침은 일단 산업의 패러다임을 내다보는 매우 전향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음반기획사들과 비디오제작사들이 등록업체의 이름을 빌지 않고 명실공한 제작사로서의 위상을 갖춘다는 의미 뿐만 아니라 능력만 있으면 누구든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는 시장자율시대의 개막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한편으로 무차별적인 시장경쟁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방침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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