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대외채무 지불유예(모라토리엄) 선언이 국내 통신업체 수출전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은 대표적인 통신장비 수출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LG정보통신, 대우통신, 한화정보통신 등 4대 통신시스템업체는 정확한 피해 현황파악에 나서는 한편 대책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러시아 수출 미수금은 2천3백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삼성전자 1천2백만달러를 비롯해 LG정보통신 1천만달러, 대우통신 1백89만달러 등 총 2천3백89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 등 통신장비업체는 그동안 러시아에 1억5천만달러어치의 전전자교환기(TDX)를 수출했으며 지난해 말부터 이미 5백만달러의 미수금이 발생했다.
또 7월말 현재 러시아에는 한국통신을 비롯, 데이콤, 삼성전자, LG정보통신 등 4개 회사가 모두 2천2백54만달러 규모로 통신서비스사업에 참여중이며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은 4백45만달러의 TDX교환기 합작공장을 설립했다. 대우통신도 우크라이나와 우즈베키스탄 등에 교환기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통신장비업체는 현재 미수금에 대해서는 당분간 회수하기가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더욱이 러시아지역은 국내 주력 수출품목인 교환기, 전송장비 및 광케이블 등 기간통신장비의 주요 수출지역이라는 점에서 향후 통신장비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통신서비스사업은 물론 현지 생산공장을 통한 교환기 생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통신장비업체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통신시스템업체는 러시아 경제상황을 감안해 단기적으로 외상판매를 중단하고 현금결제 판매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수출품목도 당분간 액수가 큰 국설교환기 등 기간통신 장비보다는 키폰, 전화기, 사설교환기(PBX) 등 부가적인 통신장비 수출을 추진키로 했다. 또 신용판매 대금의 조기회수, 장기매출 채권회수를 위한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대규모 사업으로 추진중인 국설 및 무선가입자망(WLL) 사업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정보수집 및 분석에 나서며 별도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통신장비업체의 한 관계자는 『TDX 수출 미수금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당분간 받기 어렵게 됐으며 러시아지역 투자 역시 러시아 경기의 불투명으로 사업진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진단했다.
<강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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