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케이블TV 홈쇼핑] "안방 장터"가 북적인다

소비패턴이 변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소비자들은 눈으로 보고 손으로 확인하고 제품을 선택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사이에 각종 매스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이제는 소비자들이 굳이 제품을 만져보지 않고도 제품을 구매한다. TV화면이나 신문지면을 보고 제품을 주문한다. 시중에 쏟아져 나오는 상품의 질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그동안 눈으로 보지 않고는 믿지않던 소비자들의 심리가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소비자들은 제품구매 선택기준을 판매 주체의 신뢰도에 두고 있다. 판매 주체를 신뢰할 수 있으면 제품도 신뢰할 수 있다는 등식을 끌어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케이블 TV 홈쇼핑이다. 개국된 지 3년이 된 케이블 TV 홈쇼핑은 이제 새로운 홈쇼핑의 수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편집자>

95년 8월 TV를 통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케이블 TV 홈쇼핑 방송이 시작됐다. 39쇼핑과 LG홈쇼핑 2개 체널은 방송시작과 함께 미 개척 분야인 TV홈쇼핑 시장에 뛰어 들어 3년이라는 시간과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또 이들이 상품을 구매할 만한 신뢰를 쌓아나가는데는 아이디어나 프로그램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제품 선택에서 프로그램 편성, 또 소비자들이 구매를 결정하기 까지 필요한 각종 정보의 효과적인 전달 등 다각적인 면에서 노하우가 필요했고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39쇼핑과 LG홈쇼핑이 사업초기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게 해결해야 했던 것은 제품을 직접눈으로 보고 만져보지 않고는 구매하기를 꺼리는 소비자들의 구매성향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는 결국 얼마만큼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가와 직결됐고 믿을 수 있는 제품공급 노력은 시간을 두고 소비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면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

이로써 케이블 TV홈쇼핑 시장은 해를 거듭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개국 첫해 50억원 미만에 그쳤던 시장규모는 지난해 1천5백억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지난해말 IMF 한파가 몰아치지만 않았으면 올해에는 시장규모가 적어도 7천억원은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IMF상황에서도 다른 업종과는 달리 TV홈쇼핑은 그런대로 「잘되는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점에서 5천원에 이르는 시장규모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이를 선점하기 위해 초창기부터 각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39쇼핑과 LG홈쇼핑은 각각 매달 3천여가지, 연간 6만여가지의 상품을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면서 고객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 TV홈쇼핑은 집에서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쇼핑 방식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개국 초기 이들 두 홈쇼핑업체들은 제품구색맞추기와 가격을 차별화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생산자가 가격을 통제하는 대기업 제품들의 경우 가격운용폭이 그리 크지않은데다 워낙 탄탄한 유통망을 갖추고 있어 수요를 늘리는데 한계가 많았다. 따라서 홈쇼핑업체들은 중소업체 제품에 초점을 맞춰 상품발굴에 나섰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체 제품들 가운데 일부 제품은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력에서 대기업 제품에 비해 다소 미흡했지만 품질면에선 대기업제품과 견주어 손색이 없었다. 홈쇼핑TV를 통해 중소기업제품들이 고객들에게 인정을 받을 경우 짧은 시간에 엄청난 매출을 올릴 수 있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것은 곧 중소기업들로 하여금 케이블TV 홈쇼핑에 다가서게 했고 많은 중소기업들이 홈쇼핑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케이블 TV 홈쇼핑 채널을 통한 중소기업 제품판매는 IMF라는 악재에 허덕이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39쇼핑과 LG홈쇼핑 모두 IMF체제에 들어서면서 중소기업 제품 취급 비중을 90% 이상으로 높여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으며 우수중소기업 초대전 등 중소기업 제품 판매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고품질의 상품을 생산하는 우수 중소기업들의 케이블 TV홈쇼핑 진출은 홈쇼핑을 최고급 유통망인 백화점과 경쟁을 유발시킬 만큼 위력적이다. 대부분의 우수중소기업체품이 백화점에 공급되고 있는데 케이블 TV 홈쇼핑의 경우 별다른 부대비용을 들이지 않고 대량판매가 가능, 공급업체들이 마진을 낮춰 가격을 크게 차별화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홈쇼핑의 위력이 확대되면서 올해들어서는 백화점과 홈쇼핑 업체들이 제휴해 백화점상품을 현장에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돼 방영되기 까지 했다.

재래시장과 백화점이라는 극단적인 유통형태만 존재해 온 국내 유통시장에서 케이블 TV 홈쇼핑은 외국과는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비록 최근들어 창고형 할인점들이 우후죽순 처럼 늘어나 유통이 다층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각 유통형태가 별도의 수요 계층을 갖는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 국민들의 독특한 소비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홈쇼핑 역시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빈부를 떠나 전계층을 수요층을 잡고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이는 케이블TV홈쇼핑의 수요저변이 외국보다 그만큼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30%~80%까지 할인되는 홈쇼핑 업체들의 초저가 판매는 이들 업체들이 IMF 시대에 들어서면서 한파를 다른 업종보다 적게 받는 요인이 되고 있다. 홈쇼핑 업체들은 지난 상반기에도 1백%에 가까운 매출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연말까지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매출 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케이블 TV 홈쇼핑의 비약적인 발전은 2개 케이블TV 홈쇼핑 방송의 시청자 증가에서도 찾을 수 있다. 39쇼핑과 LG홈쇼핑은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없는 상업방송임에도 불구하고 29개 케이블TV방송 가운데 상위에 랭크될 정도로 비교적 높은 시청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개국 첫해 이들 양사의 시청율을 20위정도로 낮았었다. 그러나 시청율이 올라가면서 시청자도 1백20만명 내외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각사모두 한번 이상 구매한 고객은 개국이후 지금까지 1백만명을 넘어섰다.

3년간 고속성장을 거듭해 온 케이블 TV 홈쇼핑도 성장에 수반되는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업계내부는 물론 타업종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가 경쟁이 문제인데 현재 두회사 모두 유통망 가운데 최저가 공급을 의식하면서 수요가 늘어난 만큼 이익이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순익이 감소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순익감소는 IMF로인한 경기 위축과함께 두회사의 중장기 계획을 하향 조정하게 하고 있다.

가격도 문제지만 케이블 TV홈쇼핑 업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케이블TV시청자 증가율이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시청자가 곧 고객이 되는 이들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시청자 증가가 답보할 경우 매출 증가의 정체가 불가피 하게된다.

따라서 케이블 TV의 근본적인 발전을 끌어낼수 있는 정책정인 방안이 마련돼야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우선적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 비율을 높이고 겸업을 허용, 업계 내실을 강화할 수 있는 근거갈 될 통합방송법의 제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주용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