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이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이라는 개혁급류를 타고 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나라의 기간통신망과 통신산업을 이끌어온 한국통신이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와 특히 통신서비스 경쟁시대를 맞아 주식상장과 전략적 제휴, 해외DR 발행 등을 통한 민영화 추진과 함께 수익성이 낮고 경쟁력이 없는 사업과 자회사를 퇴출 또는 통폐합하는 등 과감한 개혁에 나서고 있다.
자의건 타의건 한국통신이 개혁의 깃발을 들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관심과 기대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한국통신이 지향하는 경영개선 목표는 개혁의 당위성과 방향성을 올바로 인식, 밑그림을 제대로 그렸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만하다.
한국통신은 민영화를 앞두고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에 그치지 않고 「최강 통신사업자」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모든 개혁 프로그램을 수익성 제고와 조직 슬림화에 맞췄다. 이를 위해 한계사업은 과감히 철수하고 시내외 및 국제전화, 개인휴대통신(PCS) 등 전략사업을 집중 육성하며 차세대 이동통신이라 불리는 IMT 2000을 비롯한 차세대 수종사업의 기초를 닦도록 했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이라고 지적되던 비대한 인력구조도 민간기업 수준으로 재정비하고 조직 역시 효율과 능률을 최우선시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는 소식이다.
한국통신에 버금가는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을 갖췄으면서도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백전노장격의 SK텔레콤을 비롯,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업자가 최대 경쟁사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이같은 개혁방안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한국통신의 개혁이 성공할 수 있는 대내외 환경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IMF체제로 인해 개혁에는 반드시 따라붙는 저항과 반발의 강도가 예전만 못하다. 거의 6만명에 이르는 한국통신 가족 대부분도 무리한 「사람 자르기」와 「조직 감축」에는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있지만 한국통신이 어떤 형식으로든 변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또 이계철 사장을 정점으로 개혁 주도세력이 대거 신임 경영진에 발탁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분야별 인적 사령탑은 이미 구성을 마무리한 단계다. 하부 개혁인력은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충원될 것으로 보인다. 개혁을 단행할 사람과 시대적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
한국통신은 「국민의 기업」으로서 1백년 통신역사를 이끌어온 주역이고 우리 국민 모두가 한국통신의 서비스를 통해 일상생활의 윤택함을 누리고 보장받아왔다. 지금도 취업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 1위는 한국통신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통신이 지향해야 할 개혁의 종착역은 브리티시텔레컴이나 AT&T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거대 통신사업자와 어깨를 견주고 국내시장을 지켜내는 것이다. 아니 글로벌화한 세계시장에서 이들을 제치고 전세계를 누벼야 하는 것이다. 국민의 사랑과 기대를 받는 국민기업이라면 이 정도의 사명감은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한국통신은 개혁에 성공해야만 한다. 현 모습으로는 한국의 대표적 통신사업자로서 우리의 안방조차 지키기가 힘들지 않을까 의문시된다. 개혁에 대한 총론이 잡혔다면 이제부터는 실천 프로그램, 각론의 수립과 추진에 나서야 한다. 이미 기획예산위와 대강의 협의를 마치고 오는 29일에는 구체적인 구조조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한국통신은 세계적 통신사업자들을 지속적으로 벤치마킹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끊임없는 자기변신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개혁 프로그램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저항과 반발은 현 경영진이 직접 나서 적극적인 설득논리를 개발하고 전파해야 한다. 또 증권시장이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 시점에 비추어 볼 때 주식상장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논리나 명분도 한국통신이 세계적 사업자로 거듭나야 한다는 당위를 앞지를 수는 없다. 한국통신의 개혁은 국내 정보통신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시금석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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